용인시 남사면에 야생화를 잘 가꿔놓은집이 있다길래 물어물어 찾아 나섰다.
오산.평택방향의 국도를 타고가다 남사면이란 이정표를 따라 2km쯤 가니
한적한 시골빈들녘에 덩그마니 커다란 집한채가 산그림자를 끼고 앉아있었다.
검은 나무로된 대문부터 예사롭지가 않아 집주인의 허락을 기다리는 사이 담사이로 살짝 엿본 집안은 아주 고즈넉했다.
드디어 주인의 안내를 받아 마당에 들어선순간,
280년된 오래된 기와집한채와 현대적건물 한채가 세월의 벽을 건넌채 오손도손 마주보고있고
저멀리 끝이없어보이는 파아란 잔디마당은 한꺼번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있었다.
마당안 담을 빙둘러 수십종의 야생화가 골고루 심어져있어 이름모를 꽃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담벼락을 따라가다보니
아주 오래된 기와한채가 떡 버티고 길을 막아서며 쉬었다가라 발목을 붙들었다.
조심스럽게 들어가본 내부는 우리의 옛전통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있어
상투를 튼 선비가 고요히 책을 읽다가 눈을 들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며 쪽창너머 불어온 바람은
봄볕이 따가운지도 모른채 야생화를 보는 재미에 푹빠져있던 달궈진몸을 일순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 이런 고가에서 하룻밤 묵어간다면 옛 선조들의 삶을 엿볼수있어 새다른 경험이 되겠구나....'
하룻밤묵어가는 상상을 하며 흐믓해하는데 고가옆 빈연못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빈연못이 아니었다. 연못속엔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연꽃이 자라고 있고
연못둘레에도 아주 앙징맞은 야생화가 빙둘러 빼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못옆 빈터엔 원두막을 지을꺼라는 안내말씀에 원두막에 올라 두다리 쭉뻗고
하염없이 고즈넉한 마당을 내려다보면 참 좋겠구나 생각하는데
이번엔 마당 사이사이에 있는 꽃나무와 수목들도 이젠 자기들도 좀 봐달라며 은근히 손짓하고 있었다.
야생화는 담벼락을 따라 또, 마당 곳곳에 여기저기 아주 수줍은듯 숨죽여 있어
야생화 하나하나 생명력을 불어넣고 다독여준 주인어른의 그간의 노고가 다시금 전해져왔다.
한옥옆에 현대적으로 꾸며논 집에 들어서자 원목으로 된 넓은 실내와 높은천장이 다시한번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통유리로 된 앞베란다 창을 통해 드넓은 마당이 한눈에 쏙들어와 아주 예쁜 그림이 되었다.
주인어른의 차대접을 받으며 집의 내력도 듣고
앞으로 이집이 콘도나 민박처럼 사람들에게 휴식처로 제공될거라는 말을 들으며 돌아오던 길엔
두팔벌려 아우성쳐대는듯한 모양새를 한 ' 거미바위손'이란 앙징맞은 야생화를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내자
한번 키워보라시며 흔쾌히 내어주시는 주인어른의 넉넉한 마음씀씀이에 다시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아름다운집 부근엔 넓은 이동저수지가 있어 낚시도 할수있고 매운탕도 즐길수있고,
또, 사계절 시시각각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도 감상할수있어 삶에지쳐 여유를 얻고싶을땐 언제든지 찾아와
야생화와 이야기 나누다보면 삶의 피로가 싹 가실것같은 그런 아름다운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