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29

여자는...


BY 쟈스민 2002-04-29

여자는...
한달에 한번 쉬는 토요일
여자는 모처럼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느긋하게 배웅한다.

클래식을 들으며 혼자만의 공간에서 커피한잔과 마주 앉는다.
소파에 푹 파묻혀 한껏 몸을 이완시키며 긴장의 끈을 푸른다.
곰곰히 무슨생각인가 하다가 이참에 헤어스타일을 바꾸어 보기로 마음먹는다.

사는것이 다소 지루해 보일때, 이유없이 우울해질 때 여자는
머리카락에 변화를 주고 싶어진다.

성급하게 여름을 불러들이기라도 한 듯 물결치듯 넘실거리는 웨이브 퍼머를 하고 싶어져서 ...
동네 미용실엘 들른다.

두세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간동안 지루함을 잊고저
아이의 친구엄마가 손수 해주는 머리를 만지러
근간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기도 할겸 들르던 것이
이제는 몇년동안 그 집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곳에서 몇몇의 여자들을 만난다.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긴 머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인지
얼굴에 주름도 아랑곳없이 모진 수난에 얼키고 설크러져
이제는 마치 수세미 같아진 머리결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백발이 다 되어가는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얼굴에 화장은 왜 그리도 점점 진해 지는것인지
오십 남짓되어 보이던 어느 아주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10년후의 나를 그려 본다.

좀더 예뻐보이고자 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그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저마다 거울속에 자신을 비쳐 보느라 정신이 없다.
세월의 빠른 물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이와 상관없는 젊은 모습 만드느라
저마다 머리를 짜낸다.

지치고 기운없어 보이는 얼굴에 곱슬곱슬한 웨이브를 주니
그래도 처음보다 훨씬 생기있고, 발랄해진 듯 하며, 상큼해 보인다.

여자는 ...
자그마한 부분에서나마 이렇게 변화를 주는 일을 좋아 한다.
오랜만에 해 보는 헤어스타일의 작은 변화가 그녀를 정돈시켜 준다.

얼마나 바쁜건지 남편에게는 그런 아내의 변신을 알아차릴만큼의 마음의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무관심해서 그런거라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러하듯 나도 못견뎌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일에 바빠서... 일에 빠져서 사는 사람에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조차 별로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수도 있으니 ...

비가 오려나보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로 한주의 시작을 연다.

여자는 ...
살아있는 동안 내내 거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아침 살아있음의 증거로 뽀얗게 분을 바르고,
차분한 빛깔의 루즈도 바른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곁에 앉아서 입술을 달싹이며 재미있어 한다.
그 아이들도 여자이기에
그런 엄마를 보면서 몇년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할테지...

딸아이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예쁜 머리끈으로 가지런히 묶어 주며
여자는 ...
자신에게 다가올 새로운 한주의 시간들을 나름대로의 묶음으로 정리해 본다.

자그마한 헤어핀 하나를 곱슬머리 위에 살짝 꽂아보며
이렇게 저렇게 머리칼을 메만진다.

아직은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사십이 다 된 여자가 거울속에서 나를 쳐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