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44

갈까? 말까?


BY 바늘 2000-11-02


갈까? 말까?
아침이 밝으면 나의 갈등이 시작된다.
나 어릴적 그리 멀어도 친구와 길동무 되어 걸어서 학교까지 잘 다녔건만, 어찌 우리 아이들은 길이 잘못 들여 졌는지 학교 앞 까지 모셔다(?)주길 바라고 아침이면 늦장을 부리고 있다.

고등학생인 울 아덜은 늘 깔끔을 떨고 아침마다 샤워를 한다.
잘 다린 흰 교복 셔츠를 톡톡 털고 오늘도 어떤 여학생의 눈길을 받을라꼬 저러는 것인지?
게다가 요즘엔 근사한 향수로 마무리까지 하니 옆에서 보는 이어미는 눈꼴시다는 그 표현이 따~악이다.

우리 중딩 딸아이는 학교에서 얼마전 부터 두발 자유화가 되면서 매직 파마인가 뭣인가 하더니 찰랑 거리는 머리로 또 한몫을 한다. 지 이모에게 광고에 나오는 프랑스산 고데기를 선물 받더니만 학교에 지각은 신경도 안쓰고 늘어지게 멋을 내면서 사춘기의 가을을 그렇게 머리에 신경을 날리면서 보내고 있다.

아침마다 내 속은 부글 부글 찌게가 끓는다.
이방 저방 아이들이 널려놓은 것들을 치우노라면 아이고~내팔자야~

시간은 지나가는데 오늘도 난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을 되새김질 하면서 등교길 기사가 된다.

오늘만 태워주고 끝이야란 말을 벌써 언제 부터인가 재방송 하면서 또 그런 오늘을 보내고 있는 나 이기에 내일도 아마 오늘만이야 하는 그 맥빠진 엄마는 또 거기서 그러고 있겠지.

오늘만이다~~하면서 말이다.

학교 정문 앞까지 아들아이를 대령해주고 돌아 나오는길 반대편에서 아이고~~으짤꼬~ 아이 담임 선생님과 마주친다.
선생님 썬팅 짙게한 차안에서도 으째 나를 또 알아 보실꼬,부시시한 몰골 아~싫다 싫어~
그래도 울 아덜 선상님은 반가워도 하시네~
지난번 모시고 식사 한번 할때 내 이 아줌마 닷컴서 읽어본 웃기는 이야기 해드렸더니만 그뒤로 내 펜이 되셔서 저리 반가워 하시나 보당.ㅎㅎㅎㅎㅎㅎㅎ

한차례 그렇게 뛰고 오면 이제 딸아이가 대기중이다. 딸아인 꼭 친구 둘과 짝지가 되어 다닌다.
16살 춘향이 나이인 우리딸은 조잘조잘 거리며 학교가는길 친구들과 수다를 핀다.
그럴때 차안이 뒤집혀지게 가~아끔 딸아이 세대의 음악을 대령해 주면 너무나 좋아한다.
그런데 이제 그음악이 나의 귀에도 익숙해지고 좋아진다.

아침마다 갈까 말까의 망설임 속에서 늘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그 벗어나지 못함에 있어 쉽게 떨구지 못하는 한가지 이유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모두 등교 시키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유익종 아자씨의
그리운 얼굴을 한곡 들으며 돌아오는길 얼메나 환상인지 모르기에 오늘도 나는 기사가 되고 내일또 그 그리운 얼굴을 아침에 만나기 위하여 그자리를 찾게되겠지?

내일 아침,
난또 갈까? 말까? 속에서 그리운 얼굴을 만나기 위해 갈까로 기울여져서 그곳서 헤엄치고 있을거다.


안봐도 뻔~~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