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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행일기


BY aksksla 2001-04-11

우린 어쩌다 가끔 자식을 키우는 보람이라는 것이 이런거로구나 하고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난 요즘 자칭 '공주'라는 내 딸이 숙제를 위해 하는 강제 효행 때문에 불안한 마음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는 하루하루가 행복의 연속이다. 1학년때는 수시로 착한일 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느낌을 써 오라는 숙제를 내 주더니, 2학년이 되고 나니 이젠 부모님께 효도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고 느낌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 주곤 한다. 그동안은 빨래를 접어서 옷장에 넣어주고, 엄마나 아빠 어깨를 주물러 주고, 동생 밥을 챙겨서 먹여 주며 억지 효도를 해서 숙제를 하곤 했는데 오늘을 자기 친구는 설거지를 해서 효행일기를 써 왔다며 자기도 설거지를 궂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난 효행을 한답시고 그릇이라도 깨뜨리면 어쩌나 싶어 한사코 다른 효행거리를 찾으라고 했다. 하지만 공주의 고집을 꺾는 것 보다는 한번쯤은 시켜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어 딸의 뜻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고무장갑이 맞질 않아 벗어 던지더니 맨 손으로 주방세제를 수세미에 묻힌 후 설거지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엇다. 그런데 참 이상 한 것은 그렇게 설거지를 하고 있는 딸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가슴이 뭉클한 게 언제 저것이 저렇게 자랗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염려 했던 그릇 깨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사랑스런 나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