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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박


BY 뜨락 2001-04-11

아침에 현관문을 들어서는 남편과 대판싸웠습니다.

왜냐면 우리집 남자 어젯밤에 집에 오는걸 잊어버렸기 때문이지요.

문을 들어서는데 술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여 아주 역한 냄새가 풍기더

군요.

밤새 한잠도 못잔 나는 예민해져 있었고 남편을 보자 폭발했습니다.

남편이 집에 오기 전까진

"그래 어쩌다 보면 술을 마시다가 늦을수도 있고 집에 못들어 올수도

있는 상황ㅇ 생길수도 있을거야. 무사히 들어오기만 한다면 그냥 모

른척 넘어가 주자. 밖에 나가면 남의거 집에 오면 내꺼라는 말도

있는데 뭐.."하며 대범한척 속으로 다짐다짐을 했지만 막상 얼굴을 대

하니 밤새 다져 먹었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자식키우는 사람이 전화 한통없이 외박이나 하구 당신 자식한테

뭘 보여줄려구 이래?"

들어서는 남편에게 한마디 독하게 쏘아 붙였죠.

남편은 "미안, 미안"하며 얼버무리고는 날 안아다 침대로 갔습니다.

난 거칠게 뿌리쳤죠.

"나, 당신이 이런 사람인줄 몰랐어.

아주 신났네. 어디 그렇게 좋은데가 있어서 전화도 못했어?

그쪽 사람들만 만나면 외박이나 하구..." 사실은 이번 외박이 첨이

아니었거든요.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고 당신딸이 대체 뭘 보고 배우겠냐구요.

당신 만난거 후회하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젤 실수한건

당신하고 결혼한거야."

순간 내 머리카락이 쭈뼛서는것 같았습니다.

내가 무심코 던져버린 말에 내 자신이 놀랐습니다.

남편한테 못할말, 해서는 안될말을 해 버렸습니다.

남편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해 버렸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내게 늘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인데요...

정말로 실수를 한건 이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엔 절대로 사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 나하고 결혼한걸 후회한다구?"

그 말뿐이었습니다.

내가 남편을 봤을때 남편의 얼굴엔 핏기가 사라진거 같았습니다.

내 혀끝에서 나온모진 말이 갈퀴가 되어 남편의 가슴을 모질게

아프게 후벼버린것 같습니다.

내 말이 비수가 되어 그 사람의 가슴에 꽂혔습니다.

얼마나 아파할까...

" 나, 좀잔다." 그리곤 곧 잠이 들어 버리더군요.

두어시간후 남편은 출근을 했죠.

그리고 지금까지 퇴근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 사과하고 싶지만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웃으면서 "미안해요~~잉, 아침에 말 취소 할께."

이건 좀 쑥스럽죠?

그러면 "자기 있잖아,아침에 했던 말 진심 아니었어. 내 맘 알지?

난 당신 많이 사랑해~~"그래야겠습니다.

남편이 외박하고 들어 왔을때 화난 속마음 삼키고 의연하게

대처할수 있는 방법 아시는분 안계신가요?

촉촉한 봄비가 내리는 밤이군요.

모두모두 좋은 밤 되시구요...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