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식구가 셋이다.
나,남편,그리고 방자라 불리는 강아지('뼈아픈 후회'에도 썼던).
언니네가 키우다 며칠만 맡아 달라며 우리집에다 놓고 간
이후로 쭈욱 우리와 살게 되었다.
처녀땐 물컹한 느낌이 싫어 강아지를 안아 보는것도 겁을 내던
나였으니,처음에는 다시 가져가라며 옥신각신 싸웠다.
"며칠만 봐 달라더니? 우린 안 키워. 빨랑 데려 가!"
"걔,니가 안 키우면 딴데 보내 버릴껀데?"
키워라,못 키운다, 싸우다가 그 한마디에 그만 마음이 약해져
덜컥 우리가 떠맡고 말았다.
처음에는 회사 나가던 어떤 총각이 주인이었고,
두 번째는 애들 성화에 총각으로부터 강아지를 사게 된
우리 언니로 바뀌었고,
세 번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가 또 방자의 주인이 된거다.
남의 손에서 1년여를 살고 나서야 우리를 만난,
세 번씩이나 주인이 바뀌게 된 팔자 기구(?)한 강아지이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와 살게 된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햇수로 벌써 9년이 되어 간다.
버림받았던 천덕꾸러기가 우리와 살면서 서서히 귀공자(?)로
바뀌어서 공자였다가,넘쳐나는 사랑에 갈수록 도도방자해져서
이젠 아예 방자로 바뀌었다.
처음엔 버려져서 초라한 모습으로 우리와 서먹하게 만났지만,
차츰 사연많은 고락을 함께 나누며 없으면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어 갔다.
어쩌다 방자가 죽는 꿈이라도 꾸는 날이면 그 날 아침은
완전 초상집이 돼서 우리 남편은 밥도 못 얻어 먹고 출근한다.
"애를 데려다 키워 봤어라,벌써 학교 들어 가구두 남았지"
친정에서나 시댁에서는 개새끼 키워 봤자 말짱 헛 일이라며
내다 버리라구 자주 압력을 가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못했다.
우리가 방자를 끝까지 지켜 주기로 굳은 약속을 해서...
또 세 번이나 주인이 바뀐 그 녀석이 너무 측은해서...
'측은지심'은 사랑이 시들시들해진 부부의 연도 쉽게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덕목이기도 하지만,
말 못하는 짐승과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쁨이었다가...
슬픔이었다가...
사랑이었다가...
회한이었다가...
그대라면 함께 지나온 시간을 쉽게 저버릴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