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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날 사겠습니다.


BY 雪里 2002-04-26

평상시 화실 가는 시간보다 좀 일찍,
서둘러 가게를 나섰습니다.

오늘은 장날!
날씨가 화창하니 아마 지금쯤 일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작년 이맘대쯤 이었을겁니다.
앞으론 정확히 날자를 잘 메모해 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방울 토마토 모종 다섯개, 오이모종 두개, 참외모종 다섯개.
수박모종 세개. 엄마가 풋고추 따 먹으라고 주신 고추모종 열개.

시골에다 그걸 심어놓고 그 가뭄에 물주러 다니며
가꾸었는데 수박이랑 참외는 한개도 못 따 보았으나
방울 토마토랑 오이랑은 제법 열려서 이삼일에 한번씩 가면
먹을만큼 따면서 느꼈던 그 행복감은 내가슴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오늘도 저를 장으로 나가게 하는겁니다.

많기도 합니다.
갖가지 종류의 모종들이 한쪽 골목으론 모자라
다음 골목까지, 또 양쪽 길 옆까지 차지하고 늘어서 있습니다.

싱싱한 그많은 모종들을 보면서,
추운 겨울동안, 비닐하우스 속에서 가꿔내느라 애쓰는 분들의
모습까지 보고 있습니다.
벌써 꽃잎까지 매달린 고추모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제철 과일 맞추는 문제 나오면 많이 틀린다고 하더니
제가 그렇습니다.
리어카위에 수북히 쌓인 참외가 여름과일로 나는 아는데 지금이 제철 같습니다.
호박도 수북수북, 토마토도 수북수북,단감도 비닐에 싸여 수북히...

프라스틱그릇에 담겨있는 빨간 딸기도 비한방울 안맞아봐서
깨끗하기도 합니다.

때도없이 만날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길을막고 늘어서서 가는 길을 더디게 합니다.

한번 죽 돌아보니 사고싶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작년에는 심어보지 못한 것들을 금년엔 더 심어 볼것입니다.
수세미, 조롱박, 단호박, 케일, 빨간근대.....
외우지도 못한 여러 이름의 쌈거리.

죽어버린 커다란 감나무에 수세미를 달리게 하고 싶습니다.
조롱박이랑 빨간 약호박이 함께 매달리면 더욱더 신기할 것 같네요.

화학 수세미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아느냐며
그 모종파는 아저씨, 반쯤은 건강 전문 박사가 되셔서
제게 수세미를 심어서 쓰라시면서 줄기에서 나오는 수액이 해소 기침엔 그만이라 하셨습니다.
아주 어렸을적 이모댁에 가면 옹기로 만든 설겆이 그릇에 늘 담겨 있던 하얀 벌집같던 그 수세미가 생각납니다.

천원어치,또는 이천원어치씩 산다해도 이만원은 족히 넘을 모종들을
머리속에 기억하고 돌아 섭니다.

아직은 준비가 안되었거든요.
늘보 아저씨를 시켜 땅도 파야하고, 거름섞어 두덕을 만들어 비닐도 씌워야지요.
아직까지 작년에 캐낸 고구마밭에 까만 비닐이 그대로인데
언제쯤 내 작은 농장을 그이는 모두 일구어 주려나 모르겠습니다.

닷새안에 밭을 다 완성 시켜 놓아야
다음 장날엔 모종을 살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많이 구경하고 돌아서며 모종파는 아주머니 아저씨께
다음 장날 사러 오겠다고 약속을 해 놓았거든요.

모종파는 그분들 저보고 새댁이라 부르데요.
후후~
기분이 좋아서 약속을 꼭 지키리라 마음 먹고 있습니다.

그이는 밭을 만들라고 좀전에 아지트로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