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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자원 봉사자.


BY 행우니 2002-04-25

전화벨이 울렸다.

받아보니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분이시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아버님은 어떻게 지내시구?"
" 네 세월이 약이라고 몇 개월 지나고 나니 차차 기억하는 시간이
줄어 들어서 동생한테 미안하네요. 아버지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 정말 다행이네요. 저도 올 1월에 남편이 직장암 선고를 받아서 수술하고 지금은 항암치료중이에요. 다행히 하느님이 역사하실 일이 있어셔서인지 빨리 발견되게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세상에 자기 코가 석잔데 남의 아픈 곳을 이렇게 세세히 찾아 배려해주시다니...

작년 동생이 호스피스실에 입원하면서 그분들과의 만남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동생이 다른사람들이 자기 곁에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고 손도 못 대게하고 마음의 문을 열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교대로 돌아가면서 방문하시는 그 분들의 정성에 동생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가족들 힘들다고 물수건을 갖다 비누칠을 해가며 동생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기도 하고 때때로 마음의 평안을 위해 기도를 해주시기도 했다.
무엇보다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함을 가족으로서는 마음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분들은 환자가 언제나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임종을 맞을 수 있게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동생은 떠나기 일주일전 병자세례를 받았다.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하늘나라로 가기 하루전 누워있는 것도 앉아있는 것도 너무 힘들어했다. 그러자 자원봉사자는 침상위에 올라가서 동생을 뒤에서 안고 앉아있기도 하고 등을 맞대고 앉아 있기도 했다.
살은 다 빠졌지만 워낙에 뼈대가 굵고 힘이 없어서 그렇게 앉아있는 것은 너무 힘이 들었다. 그만 하시고 내려오시라고 해도 아픈 사람도 있는데 이까짓 일쯤 아무것도 아니라며 괜찮다고 하셨다.
동생이 하늘나라로 가고 많은 자원봉사자분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영안실에 와서 미사를 드리고 찬송가를 불러 주셨다.
어느 친척도 와서 해주지 못할 일을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분들이 다 해주셨다.
정말 정말 감사한 분들이시다.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여러분 복 받으실겁니다.

저도 언젠가 동생이 받은 많은 사랑과 봉사정신을 남을 위해 되돌릴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