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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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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내 똥강아지


BY cosmos03 2002-04-25

" 누구딸? "
' 엄마딸 "
" 누구 강아지? "
" 엄마 강아지 "
" 누구 똥 강아지? "
" 엄마 똥 강아지 "
" 누구새끼? "
" 엄마 새끼 "

이렇게 딸아이와 나는 가끔씩 묻고 답을 듣는다.
녀석은 어느대답이 즈이 어메를 즐겁게 해 주는지 알고 있나보다.
몇번을 물어도 몇번을 같은 대답을 해준다.
기특한놈.
누가 뭐래도 내 자식인거 알지만...
난 가끔씩, 아니, 아주 자주 딸아이에게 같은말을 몇번씩 묻는다.
신통하게도 녀석은 싫은내색한번 없이 잘도 대답을 해준다.
밥을 먹을때도.
인터넷에 빠져 있을때도.
때로는 잠이 들어 얕게 코까지 고는 녀석에게 닥아가
살며시 어깨를 감싸고 " 누구딸? "
부터 시작해 물어보면 어김없이 엄마딸 이 나온다.

완전 오토인데...
문제는 녀석의 대답이 가끔씩은 바뀐다는데 있다.
나와 단둘이 있을때는 꼬박이 엄마딸... 로 나가는데
즈이 아빠와 함께 있을때도 난 가끔씩 물어보면
영악한 녀석은 대답을 이리하는거다.

" 누구딸? "
" 엄마, 아빠딸 "
" 누구 강아지? "
" 엄마 아빠 강아지 "
" 누구 똥 강아지? "
" 엄마 아빠 똥 강아지 "
" 누구새끼? "
" 엄마 아빠새끼 "

어쩌면 한번도 헷갈리는일 없이 그렇게도 구분을 잘하는지...
아마도 즈이 아빠와 단둘이 있을때 아빠도 엄마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엄마의 호칭은 빼고 아빠딸로 나가겠지.

그런데...
엊그제이다.
자동으로 묻는대로 누구의딸을 꼬박이 대답하던 놈이.
무에 화 나는일이라도 있었는지.
아님 내 질문에 귀찬았는지...
퉁명스레 내게 구는거다.

밥상머리에 앉아 무슨 가수들의 현란한춤과 알아들을수 없는 가사의 노래들을 듣고 있는데
오물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한없이 귀엽고 예뻐 보인다.
녀석은 테레비에서 잠시도 눈을 못 떼고.
그래도 음식을 먹는 입 모양새가 왜 그리도 어여쁘던지.
엉딩이 방딩이를 토닥거리다가는
습관처럼 난 아이에게 물었다.

" 누구딸? "
" 으~응 엄마딸 "
" 누구 강아지? "
" 엄마. "
" 에이~ 뒤에 말 있잔아 "
" 무슨? "
" 강아지 소리는 왜 안해? "
" 우~웅 알았어 강아지. 근데 이젠 고만해 "
" 왜애? "
" ..... "
" 야아~ 딸 "
" .... "
" 따~알. 누구 똥강아지지? "
" 엄마! 내가 고만 하라고 했지? "
" 우이쒸~ 난 그소리 듣기 좋은데... "
" 엄마! 몰라서 물어? 그럼 의료보험증 꺼내봐 "
" 아니 의료보험증은 왜에? "
" 거기 보면 우리식구 다 나와있고 나 엄마 아빠 딸인거 다 나와있어
그러니 그거보고 확인해. 알았어? "
아! 그 서운함이라니.
아마도 딸 녀석은 테레비에 나오는 가수들이 더 좋았나보다.
이 엄마보다도.

딸 녀석에게 공연히 머팅이만 한바탕 먹고...
씁쓸함과 야속함에 녀석에게 눈만을 흘겼지만.
녀석은 알까?
내딸이고 내새끼고 내 강아지를 수십번씩을 확인해도
싫지 않다는 엄마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