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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이 다른 시간


BY 다정 2002-04-25

바람에 흔들리는 잎의 몸짓이 눈부시다.
대지를 차오르는 생명력은
배우지 않아도 완벽하게 제 구실을 한다.
보도 블럭 틈틈이 싹을 튀운 이름 모를 가녀린 잎이
자못 당당하기까지 하다.
밟혀 지는 가운데 끈끈한 생명력은 나름의 숨쉬기를 알았을 것이다.
언제나 있을 것 같은 이들은 자리를 비껴 가고
시간에 자연스레 밀려 또다른 이들이
그 곳에서 터를 잡는다.

감정의 기복은
사치스런 보석과도 같아서
금방 시들해지기 마련.
열정에 가득찬 꿈꾸는 이의 눈빛도
제 풀에 그 빛을 가라앉혀 버린다.
주어진 시간이란 것도
받이들이는 이마다 그 길이가 다를 것이기에
흥건히 늘어지는 바늘의 작업력에
채근하기 보다 그냥 바라만 본다.


손을 놓고,
쫓기듯이 사라져 가는 거리의 낯선 이들을
나만 들리게 불러 본다.
터벅거리며 걸어가는 내 발소리는
또 다른 소음이 되어
마음 저 쪽 까지
흔들어 버리고,

목마름에 부어 버린
찬 기운이 헐렁해진 끝자락에서
자리를 잃어버리고
환청처럼 발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