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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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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웁다


BY cosmos03 2002-04-25

아침이면 딸의 등교를 돕고는
" 다녀오겠읍니다 "
경쾌한 인사로 대답을 대신 받는다.
그다음. 남편의 출근준비를 도와준다.
와이셔츠 내다주고 동전통에 핸드폰에... 자동차의 열쇠까지
모두챙겨주면 다시한번 빠진게 없나~ 점검을 한뒤
" 나 다녀오네 "
" 잘 다녀오세요 "
서로의 인사로 또 하루가 시작이 된다.
모두 출근과 등교후
나는 설겆이 부터 시작해 집안 청소를 하고나면 한 10 시쯤?
그때부터의 외로움과 싸움이다.

아무도 없다.
현관밖의 강아지 두마리를 제외하면.
살아숨쉬는것은 나 하나뿐.
신문도 읽고 테레비도 보고...
그러다 심심하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도 몇줄 훑어본다.

뒹굴뒹굴...
뭉기적 뭉기적.
점심때가 ?楹ず릿?
속이 쓰려오는것을 보면.
주방으로 들어가 밥솟을 열고 냉장고를 연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반찬을 꺼내들고는
싱크대로 간다.
식탁이 없으니 싱크대가 점심때의 내 식탁이된다.
엉거주춤 서 있는 그 자세 그대로.
때론 김치한개.
때론 짱아찌하나.
그렇게 물에 말은 밥을 모래알씹듯 목구멍에 밀어넣는다.
밥그릇하나 수저한개 젖가락한벌.
점심때 나온 설겆이 갯수이다.

이젠 점심도 먹었고...
무얼하나?
인터넷을 켰어도 딱히 할일이 없다.
주욱~ 아컴에 들어와 다른님들의 글을 읽고.
다움에 들어가 광고메일 확인하고.
고스톱 몇판치고.
그래도 아직 오후 세시도 안됐다.

컴을끄고 현관밖으로 나가본다.
강아지 두놈이 꼬랑지를 흔들며 나를 반긴다.
그녀석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대답없는 언어들을 시켜본다.
" 얘 무슨말이든 함 해봐 "
녀석들에게 들을수 있는 말은 그저 끼깅거리는 소리뿐.
무얼말하는걸까?
하지만 나는 알아들을수가 없다.

얼마를 쪼그려 앉아 있었나.
발이 저려온다.
다시 현관안으로 들어와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쳐다본다.
그리고... 살그머니 수화기를 들어본다.
먹통은 아닌데...
잘못걸려온 전화라도 좋으니 저 기계에서 따르릉~ 하는 소리라도 내 주었으면...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은 얼마전부터 식사를 밖에서 해결한다.
딸아이는 어느새 커버렸다고 집에서의 시간보다
밖에서의 시간이 더 많이 소비된다.
아이가 집에오려면 족히 세시간은 더 있어야한다.
저녁밥도 먹는둥 마는둥
그렇게 아이는 또 학원엘 간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아홉시는 넘어야하고
집에 와서도 제 에미와 놀아주기보다는
컴퓨터를 켜고 친구들과 채팅에 빠져버린다.
무에 그리도 즐거운지 기계앞에 앉아 하하~ 호호를 찾는다.

하루종일...
어느날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지나는적도 있다.
어쩌다 전화라도 와주면 그날은 사람사는 느낌을 받는데...
내가 살아있기는 한걸까?

채팅에 열심이던 아이가 겨우 내 뱉는말은
" 안녕히 주무세요 "
그리고는 또 적막.
아이가 잠이들고 조금있으면 남편이 들어온다.
그때부터의 내 수다는 시작이된다.
사람이 그리워서.
오늘읽은 신문내용부터 드라마의 내용까지
그리고 다른사람들의 글을 읽은 그 내용까지
난 남편에게 일기를 쓴다.
하루종일 입에서 군내가 나도록 닫아놓았던 그 말들을
남편에게 쏟아낸다.
침튀기며 열심인 내 귀에 들려오는것은 남편의 코고는 소리.
그래도 난 조그맣게 얘기한다.
사람이...옆에 있다는것에 너무 좋아서.
사람의 냄새가 너무 향긋해서.

남편의 팔베개에 살폿 잠이들고
눈을뜨면 다시금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이된다.
등교시키고 출근시키는...
또 하루를 사람이 그리워 그렇게 외로움에 한숨짖겠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심심하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사람의 냄새가 그리웁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누가 날 찾아와주지 않으려나?
오늘은...
누가 내게 전화라도 해주지 않으려나?
설레임으로 기다려본다.
아! 사람이 그리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