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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의 약속


BY 라니안 2001-04-10

대관령 굽이굽이 돌때 언듯언듯 보이는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늘 잠깐의 아스라한 그리움을 안겨준다.

바다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금방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모두들 야~~~~~~~하는 환호성과 함께

시원한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던 20대초반의 싱싱한 젊음이 떠오른다.

올해엔 한식이 지나고나서야 겨우 짬을 낼수있어서 시아버지 산소도 돌볼겸 나무도 심을겸해서 대관령고갯길을 넘게 되었다.

산소 주변에 동그랗게 심어논 회양목뒤로 이번엔 주목을 10그루 정도 심고왔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生千死千) 이라는 주목은 줄기가 붉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붉은빛이도는 나무껍질과 잎이 유난히 푸른 늘 푸른나무여서 참 좋다.

이 주목은 10년뒤에 시골에 자그마한 집을 짓고 그 둘레에 정원수로 심으려고 임시로 산소주변에다 심어놓았다.

봄?騈? 마냥 따사로왔다.

나는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신랑은 정성껏 주목 나무를 심고, 회양목 주변의 풀도 뽑았다.

저멀리 또랑에서 물을 길어다 몹시 목이 말랐을 주목들에게 물을 조금씩 나눠주며

난 10년후엔 쓸쓸한 산소옆이 아니라 근사한 시골 우리집옆으로 옮겨줄테니 10년만 꾹 참으라며 나무 하나하나마다 다짐을 해주었다.

인적뜸한 산골에 심어논 주목이 10년동안 무럭무럭 잘자라서 근사한 나무로 변해있을걸 상상하며 되돌아 나오던 길에

신랑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논으로 내달았다. 미나리가 있다며 칼과 비닐봉지를 챙겨서 빨리 나오라고 아우성이었다.

올해도 신랑의 나물캐기가 또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우린 물이 질척한 논에 쭈그리고 앉아 온통 미나리로 뒤덮인 새파란 논에서 미나리를 뜯기 시작했다.

야생의 미나리는 자그맣고 앙징맞은게 참으로 향이 진했다. 신랑과 이런얘기 저런얘기 나누며 뜯다보니 미나리는 금새 하나가득이었다.

신랑은 이번엔 산으로 눈을 돌리더니 여기저기 홑입나무를 찾아내었다.

난 홑입을 보는순간 그 여리여리한 새싹을 올해도 어김없이 뾰족뾰족 내밀은 홑입이 참으로 대견하고 반가웠다.

신랑과 두런두런 얘기나누며 홑입을 훑어내리다보니 홑입도 금방 하나가득이었다.

홑입을 훑어내리던 신랑은 이번엔 홑입나무밑 주변에 한동안 시선을 두더니 머위잎이 있다며 엄청 반가워하는거였다.

쌈 싸먹으면 참 맛있다며 어서 뜯자고 또 아우성이었다. 동그란 모양의 머위잎도 하나가득 뜯고는 서둘러 빈 시골농가가 되어버린 시댁으로 향했다.

전엔 시부모님과 시댁의 5남매 대식구가 바글바글 살았을 시댁의 시골집엔 이젠 아무도 살지않은채 빈집으로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양지바른 언덕위 커다란 밤나무밑엔 35년된 오래된 기와집 한채와 몇그루의 감나무 그리고 풀밭이 되어버린 채마밭만 쓸쓸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우린 우리 소유의 이 시골 빈집이 참 정겹고 또 홀로 방치해둔 미안함으로 늘 안타깝다.

사람이 살지않은채 오래 방치되어 있어서 폐허가 다 되었지만 언젠가 우리가 새로 예쁘게 집을 짓고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엮을 그날을 기대하고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간다.

아직 도시에서의 삶이 있기에 지금 당장 예쁘고 멋스럽게 다시지어 이곳에서 살수는 없지만

우리의 노후에 언젠가는 소박하고 예쁜집으로 지어서 집주변에 꽃나무, 과일나무를 심고 잘 가꿀수있는날을 기대하며 살고있기에

몸은 멀리 떨어져있어도 상상으로나마 예쁜집모양과 울타리나무를 수시로 바꾸다보니 마음은 늘 풍요롭다.

오늘 산소주변에 심은 주목들에게도 10년후엔 꼭 사람소리가 들리는 예쁜집옆으로 옮겨주겠노라며 단단히 약속을해서 그런지 더욱 그날이 기다려진다.

10년후가 기다려진다.

10년후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