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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선생님


BY 동해바다 2000-11-02


요즈음 선생님들의 권위는 떨어질대로 떨어지고 그야말로 학생이 그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생들의 자리가 벼랑 끝에 놓여져 있는 듯하다.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스승에 대한 예우는 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꼭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전 내가 본 선생님에 대해 느낀 점이 있어 여기에 올려 본다.

중학생인 아들의 학교에서 축제가 있어 참가하게 되었다.
조그마한 소도시의 학교에서 열리는 학교축제라는게 참으로 보잘 것 없어 보였지만 그래두 내용면에서는 알차 보였다. 그중 나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시장에서 의류 판매를 하게 되었다. 하나에 무조건 500원씩, 학생들은 먹자시장과 만화그리기, 그리고 서적코너에서 북적걸릴 뿐 옷은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쓸만한 옷들이 매우 많았는데두 아이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선생님들과 농담도 하며 그래두 재미있게 있던 중,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학생 3명을 데리고 오셨다. "어머니, 야네들 입을 옷좀 골라주소" 하시면서 애들을 이리 오라 하셨다.
내가 보기에도 어려운 가정인 아이들로 보였다. 요즘은 발육상태들이 좋아 학생들의 신장이나 체격이 무척 큰데 비해 그 아이들은 초등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추워지니깐 따뜻한 스웨터나 잠바를 골라 달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난 아 이런 선생님도 계셨구나 하며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한 학생에게 너댓벌의 옷을 사주시면서 교실에 잘 갖다 놓고 다시 나오라는 선생님, 6000원의 돈을 내미시는 선생님의 손이 사랑으로 가득한 신의 손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다른 선생님께서 자기 학급 학생인 듯 줄줄이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어머나 하고 또 한번 놀랬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옷들을 사 주셨다. 실상 학생들은 사지 않고 말이다.

선생님들은 말씀하셨다. 너무나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많다고 이 보잘 것 없는 옷 하나가 저 아이들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날 내가 본 선생님들은 정말로 학생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선생님으로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이 학교 선생님들은 다는 그렇지는 않지만 학생들을 데리고 주말이면 등산도 가시고 또 목욕탕도 데리고 같이 가신다. 그러면서 서로 등도 밀어 주고 말 못할 고민도 들어주시고 밥도 사주신다고 하신단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리 하진 않지만 정말로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하여 무던히도 애쓰시는 듯하다.

소수의 선생님으로 인하여 모든 선생님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이 곳 중학생 전원이라야 400여명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학생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나에겐 아니 우리 아이에게 큰 행복감이 아닐 수 없다.

난 우리 아이에게 말한다.

선생님을 존경하라고, 충분히 존경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