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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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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불출이 되고싶다.


BY 소낙비 2001-04-10

군대에 간후 처음 집에 들어오면서
"충성"하며 거수경례를 올리는
전투복을 입은 아들을보니 정말 대견해 보인다.

작은딸애도 개학후 처음 집에 내려 왔다.
오랜만에 온 식구가 다 모였다.
적적하던 집이 아이들의 소리로 갑자기 활기가 넘쳤다.
지 아빠가 오시자 아들은 "앉으세요"
하더니 머뭇거리는 지 동생과 같이 큰절을 올렸다.
가슴이 뭉클해져옴을 느꼈다.
누가 시켰을까? 내가 가르친적이 없는데...

저녁준비할동안 딸은 여전히 또 오빠에게
뭐라뭐라 대든다.
그런데, 군복입은 지 오빠를 보니 조금
주눅이 드는지 예전처럼 끝까지 대들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티격태격 다투는소리도 정겹고,
오랜만에온집안에 음식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한냄비 가득 갈비찜을 했는데 어찌나 잘먹는지...
나는 빈 밥그릇에 연방 밥퍼주기
바빴다. 걸신들린것처럼 너무 잘먹어서 쳐다만 보아도
내 배가 다 부른것 같았다.
작은애는 빨갛게 무친 게반찬을 너무 좋아해 콧잔등에
땀을 송송 맺혀가며 두손으로 빨아먹는 모습도 이뻤다.

아, 새삼스레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아들은 그렇게 많이 먹고도 또 과일 들어갈 배가 있는지
처음 먹어보는것처럼 큰접시에 가득 담긴 딸기,메론을
게눈감추듯 금방 다 비웠다.

아들은 지 가방을 열고 흰봉투를 세개 꺼내더니
지 아빠하나 내 하나 지 동생 각자 하나씩 건네주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웬돈이???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께 지손으로 용돈을 드리고 싶었단다.
엊그제 속내의도 부쳐주더니....
아니 이런 감격이...
작은애는 연신 "우와!우리 오빠 최고네.고마워"
했고, 남편과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봉투를 든채 뭐라 할말을 잊었다.

벌써 자식한테 용돈을 받다니...
아들이 준돈을 어떻게 쓸수있을까.중얼거리는 날보고
남편은 아까워서 못쓸것같으면 아예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보라 했고,
딸은 화장대앞에 쫙붙여놓고
엄마가 꼭 필요한것 살때만 한장씩 떼서 쓰란다.
정말 그럴까???


일요일 20시까지 귀대해야 한다며 또다시 큰소리로"충성"
거수경례를 붙이며 아들은 군대로 돌아갔다.

딸은 월요일 오후에 수업이 있다며 하룻밤을 더 엄마하고
자 준다며(?) 인심쓰는척 어제 오전에 서울로 갔고....

아이들이 다 떠난 빈집에 들어오기 싫어
이웃아줌마들과 점심먹고 팔불출마냥 아들 자랑에
시간보내고 집에 들어왔다.언젠가는 지짝들을 찾아 우리
곁을 다 떠나 보낼려면 이별연습도 필요하건만 아직도 아이
들이 떠난 자리는 허전해옴을 감출수가 없었다.

다시 남편과 둘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