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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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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11(현장학습)


BY shinjak 2002-04-22

추억을 만들어 주는 소풍은 언제부터인지 사라졌다.
현장학습이라는 딱딱한 말부터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사전 답사라는 명목하에 우리 동학년(1학년 선생님들)은
일찍 수업을 마치고 전날 현장답사를 간다.
벚꽃이 만발한 드림랜드로 달린다.
온종일 무엇이 바쁜지 모르게 하루를 보내는 학교를
벗어나 내부순환도로를 달린다는 기분이 좋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길가
사람들의 봄옷도 보고 급식이 아닌 색다른 음식도 먹고
아이들처럼 들뜬 기분으로 현장답사를 간다.

위험하지않고 아이들이 마냥 즐거워할 놀이를 선택하고
직접 교사들이 타보고 말그대로 현장답사를 마치면
음료수 한 잔을 앞에하고 벚꽃이 흐드러진 벤치에 앉아
즐겁게 담소를 하면서 꽃나들이를 한다.

현장답사하는 날,
각반 엄마들은 경쟁이 붙는다 모처럼 자기선생님의
점심을 위하여 솜씨자랑대회가 열린다.

부지런히 놀이기구를 타러 걷고 줄서고 하다보면 아이들의
즐거움은 점점 얇아지고 점심 언제 먹느냐 성화다.
배고파요. 언제 밥 먹어요.너무 솔직한 아이들의 고백.
교사의 말 한마디 참을성을 배우는 것이 현장학습이예요.
땀이 밴 그 고운 얼굴들이 찡그려진다. 찡그리는 얼굴들이
파아란 하늘아래 꽃잎아래 더욱 예쁘다.
모초럼 밖에 나가 콧속에 봄의 바람을 넣는다는 기쁨으로
설레임으로 아침밥이나 제대로 먹었겠는가?
사실은 나도 배가 고프다.

둥그렇게 앉아 어머니의 김밥솜씨 경연대회가 일어난다.
새카만 손으로 선생님 하고 한개를 집어 와 먹으라는 모습들.
음료수 한 개 껌 한개 과자 한 개.
그 조그만 입으로 쏙쏙 들어가는 김밤은 아이들 얼굴만큼
다양하다.크고 작고 앙증맞고 점심시간은
한없이 즐겁다. 배가 부르고 하늘이 곱고 꽃이 날리는
현장학습의 점심시간.

어제는 어머니회원들이 와서
선생님은 나물반찬을 좋아하신다는 소문에
강원도 산골짜기에 산취나물, 산머우,드릅나물,
쑥부쟁이, 부추, 생소한 산나물이 온단다.
주문을 해서 저녁 늦게 기차로 도착한다고 한다.
참 신경 쓴다 자식을 위한다면 산호랑이 눈썹이라도
뽑아 올 각오가 된듯한 표정들.

현장학습 점심에 어제 말한 산나물을 얌전하게 손질하고
삶아 양념장에 또 쑥국에 쑥떡에 우리 10명의 선생들은
감동에 칭찬의 말이 끊이지않는다.
나는 우쭐댄다. 마음속으로...

흔한 불고기 통닭다리 갈비는 인기가 없는 것이다.
강원도 산골 산나물이 우리의 현장학습의 점심으로
인기를 차지하고 금방 동이 나버린 것이다.

인간미가 있는 점심 한끼에 우리는 행복했다.
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현장학습이다.
감동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