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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지아의 사랑...3


BY 후리지아 2001-04-09

시간이 날때마다 자주가던 서해안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도착했을때는 세상을 구분할 수없을 만큼의
눈보라가 날리고 있었다.
세상은 내리는 눈만있고, 그 어떠한 것도 없는 것처럼...

그사람은 준비를 해야할 원고가 많아 노트북을 들고
왔으므로 일을해야 했고... 난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난 그사람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사람도 행복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며...

저녁이 되면서 그사람 아내에게서 쉬지않고 전화가 걸려왔다.
그사람은 전화를 잡고 30分이상씩 말씨름을 했고...
난 그자리가 불편해 돌아가자 말을했다.
그사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고, 키보드만 두들기고있다.

전화싸움은 새벽2時가 넘도록 계속되여졌다.

그사람은 짐을꾸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자고...
난 이곳에 있을테니 혼자가라고 쌀쌀맞게 말을했다.
함께 갈 이유가 뭐가 있겠냐 혼자 돌아가서 잘 해결하라고...

그사람 내게 사정을 한다. 어떻게 여기다 혼자두고 가느냐고...
난 떼를 쓰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 언제 함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오늘은 날 한번만 생각해 주면 안되겠냐고...
하지만 입밖으로 한마디도 내어놓질 못했다.
그사람은 이야길 한다. 당신은 어차피 따라나설 거면서 왜
힘들게 그러느냐고, 당신한테 잘못한다는 것 잘 알지만 00엄마
잠도 못자고 저러는 것 보이지 않느냐고...
그럼 난 잠을 잤나!

난 그사람에게 다가가 허리를 안고 말했다.
그래 가자구요, 대신 여기서 돌아간뒤엔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가자구요.
내말을 들은 그사람은 다시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당신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생각이 짧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사랑한다면서 당신 너무 아프게만
하는것같아 속상하다. 그래 가지말자, 지금은 우리생각만 하자."

난 그곳에 있고 싶지않았다, 짐을챙겨 현관을 나서는데 집에있는
내 딸들이 생각이 났다. 너무도 보고싶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눈은 그치질 않았고...
난 그 눈속으로 빨려들어가 영원히 나오지 말았으면 생각했다.
그사람이 아무리 날 사랑한다 말을했어도, 그사람에겐 그사람
나름의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난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절망의 늪을 빠져나오려 지난일들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겨울방학동안 그사람은 내 두딸들을 데리고 여행을 갔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전에... 작은녀석과는 친한사이인지라
걱정이 않되는데, 큰녀석이 걱정된다고, 자길 싫어하면 어쩌냐고
난 그사람에게 큰아이 성격을 말해주었다.
그녀석은요, 마음에 들지않으면 절대 말을 하지 않아요.
대신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을 많이
하니까 그것만 체크하세요. 말을 많이 한다면 그녀석은 당신이
마음에 드는 것이니까요...

짧은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내아이들과 그사람은 하늘만큼 친해져
돌아왔다. 사람과 잘 친해지지 못하는 큰아이도 그사람 자랑으로
밤을새자고 한다... 그래 그사람 날 사랑하는 만큼 내아이들도
사랑하는구나...

어느날 늦은저녁에 그사람이 전화를 했다.
"내가 지금 어디있을 것 같애요." "글쎄요, 어디신데요?"
"내가 어디에 있으면 당신이 감동을 받을까..."
집앞에 와있다면요!" "그러면 문열어봐요!"
현관을 여니 그사람은 대문앞에 서서 함박웃음을 안고있었다.

그사람 날 이렇게 감동을 시키며 사랑해 주던 사람인데...
운전을 하고있는 사람도 그사람인데, 내겐 너무나 낯선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이였다. 그래 정말 그만두어야지, 지금부터
힘들어 죽을지경이 되더라도 다시는 다시는 이사람을
보지 말아야지... 그런데 이제부터 난 어떻게 해야지...
뼈속까지 절여오는 아픔으로 난 정신이 혼미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집앞에 날 내려준 그사람은 쉽게 출발을 하지 못하고있다.
아무말 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와 그사람이 갈때까지
바라보고 서있었다. 어쩌면 이게 저사람을 마지막 보는
모습일수도 있을텐데... 좀 웃으며 보내줄것을...
가로등빛을 받아 떨어지는 눈이 아름다워 보였다.
반짝이는 입자가 잠시후면 바닥에 떨어져 한방울의
물로 사라질 것이면서도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생을 다할 수 있단말인가...난 무엇인가! 금방사라질
저 한송이의 눈꽃보다, 생각이 모자라는구나...

현관에 열쇠를 집어넣어 돌리는데 돌아가지가 않는다.
보조키의 눌림장치를 잠그었구나...
그새벽 잠든아이들이 일어나 열어주지 않으면 난 집안으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현관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마음의 열쇠를 그사람에게 주었었다.
이제 내가 열어주지 않으면 절대로 열수 없도록
보조키 눌림장치를 채워야지...그래 그래야겠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절대로 절대로 열어주지 말아야지...

추위와 새벽에 씨름을 하고, 그래도 하나님앞엔 가야
겠기에... 집을 나섰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을 받았다.
"나 지금 집앞에 와있어, 집에 아무도 없네..."
난 전화를 끊고...새벽에 다짐한 생각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사람을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게 하려고...

그사람은 그냥 한숨자고 싶다고 했다.
난 그사람 등을 다독여주며 "와줘서 고마워요!"
난 그사람 옆에 누워 참새처럼 재잘대기 시작했다.

새벽의 일은 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