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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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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친구의 여자 )


BY cosmos03 2002-04-17

이른 저녁을 남편과 함께 먹고 있는데 대문을 따는 소리와 함께
아랫집 술 친구 아저씨가 현관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얼굴은 이미 한잔을 하셧는지 불콰한데 아저씨의 손에는 소주병이 들려있읍니다.
" 한잔 하고 싶어서 왔어요 "
그리고는 우리의 밥상머리에 앉아서는 술잔을 가져오라 하십니다.

" 뭐 언짠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
질문에 대답은 없고 술병을 따서는 술잔에 채웁니다.
" 진지 드려요? "
" 생각없어요 "
남편은 하던 식사를 마저하고 나는 아저씨와 함께 술잔을 나눕니다.
몇잔인가 오고갔을때...
아저씨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소리를 하십니다.

여자가 있다고요.
취중진담으로 듣기에는 너무도 놀라운 말이었읍니다.
요즘 아저씨의 외출이 잦았읍니다.
형님께서 식당으로 돈을 벌러다니고
아저씨는 집에서 살림을 하셧기에 아저씨의 이유없는 외출은
나를 궁금하게 하였지요.

" 에이~ 아저씨도...설마 "
그냥 농담으로 듣고 싶었읍니다.
진담으로 듣기에는 너무 큰 일이었고
지는죄 없이 내 가슴이 콩당거리고 뛰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저씨의 말속에는 분명 그냥 농담으로 흘리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그런 분위기 였읍니다.

고백을 하듯
조금씩 아저씨는 당신만의 비밀들을 털어놓았읍니다.
조금 되었다고 합니다.
낮에 그집에 가면 따뜻한 밥을 지어준다고 했읍니다.
그리고...
과부라고도 하고.
편하다고도 하고...
마누라한테 미안은 하지만 그냥 만난다고 하였읍니다.

취기가 조금씩 오르던것이 한꺼번에 깨는 그런 기분이었읍니다.
고개를 숙이신 아저씨는 주저리 주저리.
당신의 숨겨놓은 여자 얘기를 합니다.
이미 아저씨는 몸을 가눌수없이 취해있었읍니다.
믿고싶지 않아 아저씨께 말씀드립니다
" 아저씨 나요 형님한테 다 일러바칠꺼예요 "
" 아줌마를 믿고 얘기한거예요 "

아저씨는...
올해가 환갑이십니다.
그 많은 연세에도 남의 여자를 본다는게 너무도 괘씸하고 황당했지만
내일이 아니기에 그냥 듣고만 있읍니다.
" 형님은 돈 버느라 뼈가 빠지는데...아저씨 어쩌려고 그래요? "
" 그 여편네는 너무 애교도 없고 무뚝뚝해서요 "
" 그만한 사람이 어디있다고...아저씨 죄 받아요 "
" 죄 받아도 할수없지요 "
" 세상에... "
할말을 잃습니다.

남편은 그저 아무말 없이 아저씨와 나의 대화를 듣습니다.
아저씨는 남편보다 가끔씩 친구해주는 내가 더 편한가 봅니다.
소주한병이 이젠 두병이 되었읍니다.
부아가 치미는것을 참고 마시려니 취기가 빨리올라옵니다.
아저씨는 이젠 혀도 제대로 안돌아갑니다.
남편에게 나는 눈치를 줍니다.
아저씨를 모셔다 드리라고요.
" 아저씨 집에 가셔서 주무세요 "
끙차!
남편은 아저씨를 부축해서는 현관문을 나갑니다.

비척거리며 아저씨는 댁으로 돌아갔고...
돌아온 남편에게 나는 말합니다.
" 여보! 아무래도 형님에게 귀띰이라도 해주어야 하겠지? "
"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
" 왜 그게 쓸데없는 소리야? "
" 그냥 모르는척해 공연히 남의집 불난 일으킬게 뭐 있어? "
가제는 게편이라고...
남편은 아무래도 아저씨편인가 봅니다.

남편까지 미워집니다.
" 미리 알고 있는게 더 큰 불행을 막는거 아니겠어? "
" 그냥 바람일뿐일꺼야 그러니 당신은 끼지말고 모르는척해 "
끝내 남편은 내 입을 막습니다.
그러며 덧붙입니다.
" 내 아주 당신 오지랖 넓히는데 질린다 질려 그러니 이젠 고만 닫아 "
과연 그럴까요?
그게 오지랖을 넓히는 일이될까요?
형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56 의 나이에 동서네 식당에서 궂은일을 하고는 그렇게 밤 늦게야 집으로 오는데...
가끔씩 너무 힘이든다고 나를 붙들고 눈물바람을 뿌리기도 하는데...
남편의일을 안다면 얼마나 큰 배신을 느낄까?
정말로 내 남편의 말대로 잠깐의 바람이려나?
그렇다면 아저씨가 스스로 돌아올때까지 그냥 모르는척 해야하는건가?
알수가 없읍니다.
그냥 방관만 하다가 일이 커져버리면 그땐또 어떻게 하지?
지금 내 마음은 갈팡질팡 합니다.
아저씨를 생각하면 한없이 밉고
형님을 생각하면 그리도 불쌍합니다.
차라리 아저씨에게 아무말도 안들었다면...
지금 내 머리속은 엉킨 실타래마냥 복잡하기만 합니다.
비밀이란것은 이래서 담기가 힘이드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