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면
일터로 나가기가 싫다.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빗방울이 창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마냥 혼자 있고 싶다.
비오는 날이면 집안에 붙어 앉아
시 방에 들어가 시를 읽고
에세이 방에 들어가 답글을 쓰고
내 감정이 가는 곳으로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요즘은 일이 많다.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고
낙인처럼 떨어진 복사꽃잎을 밟으며
타박타박 빗길을 걸었다.
목련꽃잎은 가을날 흐느껴 내려앉은 가랑잎 같았다.
버스도 비를 흠뻑 머금고 내 앞에 서서는 빗물을 줄줄 흘린다.
우산도 온 몸이 젖어 후줄근하다.
거리는 한산하다.
색색의 우산이 걸어간다.
나팔꽃일까?
페추니아꽃도 닮았네...
우산은 버스 위에서 내려다 보면 화들짝 핀 꽃같다고
난 오래전부터 얘기하곤 했다.
봄은 비와 함께 와서는 비와 함께 져버린다.
봄은 하루가 짧고 막연한 기다림은 끝도없이 길게만 느껴진다.
오늘도 난 뭔가를 기다리고
뭔가를 아쉬워하며
뭔가를 비우지 못하고 썰썰거렸다.
퉁퉁거렸고 비비꼬왔고 시비를 걸었다.
왜 그랬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를때가 많다.
그게 기다림의 지겨움 때문인지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의 표현인지
그것 또한 나도 헷갈리는 일이다.
분위기를 잡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기분이였을 것이다.
기대심리 같은 거...
혹시나 공원 앞에서 나를 기다려 줄
그 무엇이라는 대상이였는지 모른다.
무엇? 참으로 어려운 그 다정함말이다.
나의 현실을 아는 사람이 내 속을 들여다 본다면
속 터지는 소리를 한다할것이다.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분명 타박을 줄 것이 뻔하다.
일이 지겹다.
하루종일 붓을 들고 물감을 묻히고 물에 씻고
한복천을 눈이 짓물르도록 들여다 봐도
한 달 먹고 살기가 빠듯하다.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끝나지 않아야 한다.
아이둘을 삐쩍마른 내 손가락으로 먹여 살리고 있는데
한복천에 그림 그리는 일이 끝나면 무슨 일을 해서 먹여 살리냐고?
그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고달프다.
아이들 때문에...아이들 때문에...
진정 그것이 정답인지는 말해도 말해도 내 속은 채워지질 않는다.
이혼을 못하는 첫째 이유가 대부분이 아이들 때문이겠지...
더러워도 참고 사는 이유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불쌍한 아이들 때문이겠지...
비오는 날 나가기 싫은 일터로 나가면서
낙인처럼 떨어진 복사꽃잎을 보니
아프고 섭섭하고 허무롭다.
가랑잎처럼 떨어진 목련꽃잎이 나라는 착각에
슬프고 복잡하고 예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