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일요일에 서울 간김에 군 복무중인 아들을
만나러 서울에 있는 딸아이와
청량리에서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갔다.
그날이 시할머니 제사지만 애들 원룸 계약도
다시해야되고 일년치 관리비도 주는 날이라
빨리 돌아오면 될거라고 여기고
서울 가기전에
미리 준비를 다해놓고 갔었다.
아들을 만나고 돌아올때는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4시 30분비행기를 예약했었는데
주말이라 시간이 더 걸릴수 있다는
기사아저씨의 말씀에 5시 30분으로 연장해놓고
느긋하게 한숨을 잤다.
내리자는 딸애의 말에 벌써 공항이냐며 기지개를 펴니까
휴게소라며 화장실을 가자했다.
여기가 대체 어디냐니 아직 강원도를 벗어나지 못했단다.
시계는 4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2시간 20분을 달렸는데 아직도 강원도라니???
그때부터 나는 안달이 나기 시작했고
다시 전화를 걸어 6시 30분으로 연장을 했다.
일요일저녁에 시할머니 제사인데
이렇게 간큰짓을 하다니 그제사
후회가 됐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지리를 잘모르는 나는 길게 늘어선 차량들을
한숨만 쉬며 쳐다볼수밖에 없었고,
지나치며 길가에 쓰인 지명을 보니
'정릉'이 보이고,조금 지나니 '남양주'라는
팻말이 보이기도 했지만 김포공항이라는
팻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6시가 되어 다시 공항으로 전화를 하여
연장을 하자니까 마지막 비행기까지
모두 다 매진이며 대기자도 많이 있다했다.
'아가씨. 오늘 제사가 있는데 꼭 내려가야해요'
하니 직접 공항으로 나와서 얘기하란다.
차안이라 뛰어갈수도 날아갈수도 없는데
어쩌라고.. 6시15분쯤 되니 김포공항이라는
표시가 나왔다. 다시 전화를 하여 25분까지 갈테니
내 자리를 놔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아가씨는 막무가내 공항에 와서 얘기하란다.
기사 아저씨는 차안에서 풀짝폴짝뛰는 내모습에 기가 차는지
빨간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차를 출발시키고
공항입구에 내리는 사람들을 돌아나올때 내리라하고는
나와 딸애를 청사 입구앞에 먼저 내려주었다.
'아저씨!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내렸다.
길게 늘어선 줄을 제끼고 아가씨에게 이름을 대니
표를 주면서 빨리 3층으로 올라가란다.
계속 전화를 해댔더니 아가씨들끼리 서로
연락을 했는지 금방 컴퓨터로 두드려 표를 건네주는
아가씨! 너무너무 착하고 이쁘게 보인다.
3층으로 두계단씩 뛰어올라 검색대 앞까지 가니 시계는
6시 25분, '엄마! 잘가세요'
그제사 뒤를 돌아보니 딸애가 손을 흔들었다.
신분증 확인하고 두손들고 몸수색당하는데
'엄마 몇번 탑승구인지 잘보세요'소리가 들렸다.
6번 탑승구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제일끝에 있는게 아닌가.50미터는 족히 될것 같다.
높은구두를 신고는 도저히 못뛸것 같앴다.
구두를 벗었다. 체면도 벗었다.
자칫하면 시할머니제사도 못지낼 판인데
남의 이목이 대순가. 뛰었다.원피스를 입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집중,
저만치 아가씨가 출구문을 닫는중이었다.
'안돼'~~~~~~~ 가까스로
비행기에 탔다.내가 마지막 탑승자다.
꼴이 말이 아니다. 그제사 구두를 신고 옷매무새를 고치고
시침떼고는 비어있는 한 자리에 가서 얌전히 앉았다.
옆자리의 아저씨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6시 31분!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큰할머니,작은 할머니 ,할아버지(밥을 세그릇 떠놓으니까)
감사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9시였다. 옷갈아입고
차분하게 찌는생선 불에 올려놓고
나물 순서대로 하고,전 굽고,국끓이고.쌀씻어 안쳐놓고,
모든음식 완료,11시다.상위에 그득한 음식을 보더니
남편은 신기한듯 쳐다보았다.
'당신 마술사냐?'
흥! 일년에 9번제사를 20년넘게 지낸
솜씨인데 이정도쯤이야...
딩~동! 고모님들이 오셨다.
'아이구, 질부야! 제사음식하느라 고생많았재'
일요일, 그날은 완전히 한편의 꽁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