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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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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돌이 [용서]를 구하다


BY norway 2001-04-07

며칠 전에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다급한 딸애 목소리.
<엄마, 큰일 났어요.>
<왜?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가슴이 철렁했다.
딸애 목소리를 들으니,
진짜 큰일이 나긴 난 모양이다.

<있잖아요. 우리 담임선생님이요 환경담당선생님이라서요
우리한테요 운동장에서 잔디 뽑는 애들 잡아오라고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오늘 나랑 친구들이 어떤 남자 아이가 잔디 뽑아서
선생님한테 데려갔거든요.
근데 선생님이 걔한테 너랑 같이 잔디 뽑은 사람
또 누구냐고 하니까요,
걔가요, 삼돌이 이름을 댔어요.
삼돌이가 뽑으라고 시켰다구 했어요.>
딸애는 곧 울 목소리다.
그럴 밖에. 지 손으로 지 동생을 고발한 게 되니까.
<이제 삼돌이 어떡해요.
내일 학교 가면 큰일인데...>

그래서 알았다구, 괜찮다구,
엄마가 집에 가서 야단치겠다구,
걱정하지 말라구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돌아와서....
삼돌이한테 자초지종을 물으니
한껏 변명은 하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분명 잔디 뽑는 데 같이 있긴 있었나 본데
지 말로는, 자기는 절대로 안 뽑았댄다.
그럼 친구한테 뽑으라고 시켰냐니까,
꼭 뽑으라고 시킨 것은 아니고
뽑았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구 꼭 뽑으라는 소리는 아니었구,
자기는 절대루 뽑은 것은 아니구,
친구가 뽑는 거 보긴 봤는데
어쩌구저쩌구 변명을 하느라 횡설수설이다.

그래서 그날 밤 반성일기를 쓰라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 삼돌이 반성일기를 쓰긴 썼는데
여전히 횡설수설이다.


제목 [용 서]

언제 나는 엄마 말씀을 안 들어서 혼났고
1학년 때에는 복도에서 뛰었고
뒤에 사람이랑 떠들었고
지금 2학년 때에는 앞사람이랑 떠들었고
영어 시간에는 딴 놀이를 하며 놀았다.
앞으로는 뒤에서처럼 안 할 것이며
공부 잘하도록 노력 많이 하겠다.
또 잘못한 거 있는데
똥 잘못 싼 애 놀렸고
짝꿍이랑 싸웠고
1학년 때에는 화장실 소변기 위에 올라가서
향기 나는 거 눌러서 뿌렸다.
끝이다.


다행히도 그 다음날
삼돌이는 누나 삼순이의 걱정과는 달리 학교에서 무사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