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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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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울투리 두가족의 일요일


BY 얀~ 2002-04-08

이층 작업방의 넓은 창을 열었습니다.
소나무의 손가락들이 하늘을 향해 쭉 뻗고 있었고,
역시 아래서 올려다보는 것보다
눈 높이를 맞추고 있으려니
차 한잔이 그리웠습니다.

중학교의 보도블럭을 새로 깔면서
아까워 보도블럭을 가져다 놓고 방치해왔습니다.
두가족 모두가 장갑을 끼고 보도블럭을 깔았습니다.
일하다가 출출하여
옆집 하나엄마가 김치전을 부치고,
조껍대기 술, 노랗빛이 도는 막걸리를 사왔습니다.
함께 왁자하게 떠들며 먹었지요.

라디오를 이층 창에 틀어 놓고 노래를 들었습니다.
한울타리 안 모든 가족이 땀을 흘릴때,
라디오에서 내 사연이 소개되었지요.
친구에 대한 글이요.
내 사연이예요 자랑도 하고, 신청곡도 들었습니다.
사랑, 친구, 우정...이런 말들은 질리지가 않는거 같습니다.
소나무 아래 흙을 삽으로 일궜습니다.
어머님은 고추를 심을 것이고,
토마토도 심으실 겁니다.
보도블럭을 다 깔고,
아이들이 텐트를 쳐달라고 해서 만들어줬습니다.
넷이서 신나게 놀고,
그 속에서 밥도 먹었습니다.

벚꽃은 졌지만,
손을 붙잡고 담배인삼공사 벚꽃아래에 가서
바다 내음을 느끼며 조개구이를 먹었습니다.

씨앗이었을 때는,
배추인지 열무인지 몰랐는데
이젠 배추인걸 알겠습니다.
작년에 열무만 심던 작은 곳에,
올해는 어머님이 배추를 심으셨네요.

늦은 밤 들어서며,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배추 잘 자라면 뽑아서 밥이나 한끼 나자구요.
하나엄마는 보리밥을 할것이고,
나는 배추를 뽑아 다듬어 겉절이를 하겠지요.
새큼 달큼한 양념,
그렇게 두가족이 두달을 채우고,
계속 이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