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은 많이 다르다.
아들의 생각은 쉽게 읽을 수 있다.
나랑 흡사한 가치관과 성품을 가졌기에...
딸은 항상 이해하기가 어렵고 함께 산다는 게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을 이해하고 함께 사는 것이 내게 어려운 일이 듯이...
화가 많이 날 때는 딸과의 인연을 끊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것은 내가 인연을 끊고 싶다고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남편과의 사이보다 더욱 어렵다.
남편이 밉고 화가 날 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 너하고 안 산다. 안 살아! 너하고 안 살면 네가 어떻게 살건 내가 상관할 바가 없지...'
그러면 화가 나던 것이 조금 가라앉기도 한다.
그러나 딸은 내가 백 번 천 번 내 딸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내 딸로 남을 수 밖에 없음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딸이 어떤 삶을 살건 상관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져도 무관심해질 수가 없다.
내 딸이기에...
딸은 과자를 먹은 후 빈 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릴 줄을 모른다.
얼굴에 여드름을 짜고 닦은 화장지도 아무 곳에나 던져둔다.
이 옷 저 옷 입어보길 좋아하지만 입어본 옷을 옷걸이에 걸어 정리할 줄 모른다.
그저 방바닥에 굴러다니도록 내버려둔다.
그렇게 키운 엄마인 내 탓이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런 것을 딸에게 가르치는 일에 자신의 능력이 미치지 못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어보이는 딸이 정말 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딸은 엄마가 유난한 사람이라고 한다.
엄마처럼 환경을 생각해서 샴푸도 린스도 안쓰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엔 한 달에 한 번 꼴로 커다란 샴푸와 린스 한 통을 다 쓰는 딸이 이상하기만 한데...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딸이 환경을 파괴하는 일에 앞장선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퍼진다.
딸은 올 봄에 청바지를 여섯 개를 샀다.
미국에서 올 때 가져온 것까지 아홉 개다.
미국에 몇개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난 그런 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딸은 그렇게 생각하는 엄마가 문제가 있는 것이란다.
딸은 집 앞 만화가게에 만화를 빌리려 갈 때도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안다.
여드름 자욱이 있는 얼굴을 남에게 보이기 싫기 때문이란다.
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장하는라 지우느라 들어가는, 화장품, 화장지, 비누, 물, 시간이 아깝다고...
딸은 스킨, 로션외엔 바를 줄 모르고 흰 머리가 늘어도 염색할 줄 모르는 엄마가 이상하단다.
딸이 외출하고난 방에서 젖은 타월 여섯장을 들고 나오면서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 쉬다 불평삼아 몇 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