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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날의 오후


BY 들꽃편지 2002-04-07



흐린날의 오후


어제...
봄비를 창가에 앉아 바라다 보았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커피 한 잔과 케익 한 쪽을 앞에 놓고 하염없이 
비내리는 창가를 보았다.

비는 차곡차곡 땅에 쌓이고
비는 혼자만 땅에 쌓이지 않고 
목련꽃잎과 함께 뜰위에 차곡히 쌓여 있었다.

식은 차를 마시고 
그친 비를 흐린 하늘과 함께 보았다.
비는 그쳤다.
그제 밤부터 시작한 비가 어제 오후쯤에 그쳤다.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면 언제 저 비가 그칠까하지만
비는 어김없이 그치는 시간이 온다.

슬픔과 함께 온 내가 있을 때도
언제 이 슬픔이 그칠까하지만
슬픔은 머무르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비는 다시 오겠지.
슬픔도 다시 올거야.

오늘...
흐른날의 오후다.
비와함께 쌓여진 목련꽃잎이 선명하게 보인다.
사람들이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걸 보니
비는 분명 내리지 않는데
밖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비가 성글게 떨어질 것 같다.

다시 쓸쓸함이 올려한다.
기다렸지만 기다린 아무런 대답이 없다.
꿈에서도 기다렸고
책을 보면서도 기다렸고
밥을 먹으면서도 기다렸다
이 기다림의 끝은 있겠지...

봄비가 하룻밤을 지나 다음날까지 내렸지만
비는 꽃잎과같이 차곡하게 그쳤고
앙금처럼 슬픔이 휘휘 돌아다녔어도 
다시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듯이...
기다림도 끝이 보이겠지.

흐린날의 오후 들꽃편지 씀.


흐린날의 오후아베마리아 / 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