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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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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중 다행이라했다...


BY mspark0513 2002-04-06

도둑을 맞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남편이 시댁에 일손을 돕겠다고, 다녀온다기에 숫자 큰 전화기를 구입해 보내기로 하곤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가까운 마트엘갔었다.

한 시간가량 소요 되었다. 현관문을 여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

남편이 있는 줄 알았다. 거실은 평온(?)했다.

난 곧바로 주방 엘 가서 이것저것 냉장고에 수납했다

작은 아이가 안방에서 나오더니 소리를 질렀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단 경찰에 신고했고, 경비실에 연락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찌 심장이 멋는 줄 알았다.

큰 애가 침착하게 말했다.

 

\"엄마 무엇이 없어졌나 먼저 확인해 보세요...\"

 

통장은 있는데, 도장이 모두 없어졌고, 이제까지 힘들었어도 가지고 있었던 패물과

결혼 후에 받은 선물들이 모두 없어졌다.

 

그리고 아이들 방에서 cd 플레어가 없어졌고, 내 핸드폰도 가져가 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오백 원짜리 동전들(제법 많다.) 천 원짜리 지폐들이 이방 저방에 있었는데 그것은 건드리지 않았다는거다. 어린아이의 소행은 분명 아닌듯했다.

 

그 시간에 남편이 집으로 오지 않음을 감사하고, 우리 아이들과 나와 쇼핑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도둑과 부딪치지 않았음도 감사하지만 난 속상하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혼 후에 받은 목걸이며 반지는 물질적 가치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친구가 말한다,

결혼 후 십 칠 년 동안 함께 해준 패물에 감사하라고 자기는 신혼 때 이미 도둑을 맞았노라고...

 

불행 중 다행이다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어젯밤 난 잠을 잘 수 가 없었다.

뒤집어진 방안의 풍경들이 자꾸만 연상이 되었고, 우리의 가족사진을 보았을 그 사람의

눈빛이 그저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인감, 카드 분실 신고를 내고... 핸드폰을 중지시키고 그러면서 난 아주 튼튼한 보조 열쇠를 맞추기 위해 열쇠점에 갔는데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난 서둘러 튼튼한 열쇠로 바꿀 것이다,

 

 

 

내가 도둑맞은 것은 내 작은 재산(?)들뿐 아니라 그 모습을 본 내 아이들의 황당했을 사회에 대한 어둠을 보게 하는 거였고, 아이들과 내게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지게 된 거였다.

 

그래도 위안을 삼을 만한 너무 많은 것들이 있기에

난 곧 평안해 질 수 있었지만 내 아이들은 시간이 필요할 것같다.

 

비가 내린다. 봄날에 모든 생명체에 반드시 필요한 단비가 내리고 있다.

남편의 말대로 우리가 다치지 않았으니 되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도둑을 맞고 보니

도둑을 맞은 이웃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았다.

경험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경험하면서 우린 참 고단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