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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전해주신 봄의 맛


BY 쟈스민 2002-04-06

어머니가 전해주신  봄의 맛 향긋한 쑥 향기가 도는 봄내음 가득한 국을 먹으며
이 아침엔 새삼 어머니의 사랑에 목이 메입니다.

쌉살한 민들레와 머위를 매콤 달콤하게 무쳐 보니 식탁이 풍성해집니다.

아삭아삭한 오이 소박이가 차곡히 담겨진 그릇을 내려다 보니
거기에도 어머니의 마음에 베어 있습니다.

언제나 손 닿는 곳에 푸른 채소를 두고 먹을 수 있게
땀흘리며 바쁜 손길로 자녀들을 사랑하시는 그 분들을 뵈면서
참으로 많은 걸 배웁니다.

무엇을 만들어도 이상하게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갈 수가 없는 나는
그저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서툰 살림을 하며 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어서가 아니라도
어머니께서 늘 우리곁에 오래도록 계셔주시길 마음으로 빌어 봅니다.

갓 쪄낸 파랗고 쫄깃한 맛과 손맛이 어우러진 쑥떡은
베란다에서 조용히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어머니께서 시골집으로 가시고 난 후에까지
그 향기로움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드셔서 손수 살림하시기 어려우면 같이 살아야지 늘 말씀하십니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내 손끝에도 살림솜씨가 야무지게 베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가는 만큼 해드리고 살 수 있다면
함께 살면서 조금쯤은 서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며,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을 자연스럽게 친구하듯이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빨갛고 자잘한 방울토마토가 바구늬에 담겨져
누군가의 손길 기다리며 식탁위에 앉아 있습니다.
오며 가며 하나둘씩 톡톡 터지는 느낌이 상쾌합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어머니께선 누구보다 일찍이 가족들에게 봄의 맛을 전해 주시는
전령사가 되십니다.

아침일찍 일어나시어 늘 며느리보다 고운 화장을 하시는 어머니
빠르게 흐르는 세월 뒤로 하시고, 늘 화사하시기만 한 어머니를 뵈면서
10년후, 20년후의 내 모습을 그려 봅니다.

아름답게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그렇게 걸어온 세월의 연륜만큼이나 무한히 큰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난 사랑을 주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쑥국 한 수저 뜨고선
아 ... 상큼한 봄의 향기!!
아 ... 향긋한 봄의 느낌!!
그렇게 외쳐대는 제 엄마를 바라보며 덩달아 아이들도 봄웃음을 웃었습니다.

남편의 바쁜 일과로 인하여 변변하게 꽃놀이 한번 못가고 지나가는 봄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듯 소박한 행복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느끼며
그간의 살아온 시간들에 대하여 반성을 해 봅니다.

생활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건져올릴 수 있는 두레박처럼
늘 그자리에 있는 것이지 싶습니다.

내리는 빗줄기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면
빗소리마저도 경쾌하기 이를데 없어
가라앉기 쉬운 나의 마음을 붙들어 줍니다.

아픈 허리 잊으시고
몇날 며칠을 들녘에서 보내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이없는 사랑이 보입니다.

어머니의 기억속에 살아있는 봄향기 가득한 추억이 내게로 스며들어
나도 따라 추억속으로 아련히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