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새로 홈플러스라는 쇼핑점이 생겼지요.
지난주에 열었지만, 얼마나 사람들이 바글거릴까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서 이번주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갔지요.
(다른 집들도 다 그렇지만 남편을 운전수겸 짐꾼으로 대동하고)
정신이 하나두 없게 사람들이 많더군요.
이것 저것 여기 저기 돌며 구경만(?)하고 그냥 오기가 너무 미안
해서 먹을 거나 조금 샀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거기 4층에 놀이방이 있더란 말입니다.
키즈랜드라고 아시지요? 애들 들어가서 이것 저것 가지고 놀기두
하고 그러는 데요. 저녁이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오자고
애들을 꼬셔서리 집에 왔지요.
드뎌, 일욜날!
일찌감치 애들을 데리고 4층으로 유유히 갔는데, 세상에나
우리 경석이가 거기서 정한 120cm에 훌쩍 넘는 키 땜에 입장이
안된다는 거야요.
초등학생들도 유유히 들어가는데, 키가 커서 입장이 안된다니요?
아이는 들어가겠다고 울고, 세라는 오빠땜에 못 들어가게 되니
속상해서 징징대고,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이럴수가?
물론 첨에 조용히 물어봤지요.
-키가 왜 문제가 되는 데요? 뭐 부수기라도 하나요?
키가 크면 망가지는 장난감이라두 있나요?
-아니요, 애들이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그렇다면 순서대로 입장을 시키고 뒤에 오는 사람을 못 들어
오게 하든지. 아니면 나이로 제한을 시켜야 옳지 않나요?
-어쨌든 우리는 키로 정했어요. 이 선에 넘는 아이들은 유치원생
이라도 절대 못 들어가요.
-이게 말이 되나요?
-...
한 눈에도 120은 머리를 꺽어 넣지 않는 이상 어림없는 수치였지
요.
물론 제가 이기적일 수도 있지요.
제 아이가 못 들어가서 속상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시겠지요.
규칙을 정하는 건 그 사람들 마음이고 거기 따라야 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니까요...
정말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건가요?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때문에 널널하니 애들이 없는 그 공간에
제 돈주고 들어가 놀겠다는 데도 입장이 안된다니요..
유치원생치고도 조금 떨어지는 우리 경석이가 얼마나 속상해했는
지.물론 화가 나서 건의함에 써 넣고 나왔지요.
그렇다고 세라만 들어가라고 하고서 뒤에 남아 있을수도 없으니
둘다 얼마나 속상해 했다구요.
그 옆에 무료로 하는 놀이방에 들어가 놀았지만 이미 화려한
놀이감을 본 애들이 거기서 재미 있을수가 있었겠어요?
-다시는 안온다!
고 외치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나는 그래도 키가 작아서 못 들어 간다는 것보담 백번 낫다!
남편이야 이렇게 말했지만, 불난집에 에어콘 틀어대는 소리 하
지 말라구 저는 화를 냈답니다요.
이 글을 읽으시고, 흥! 머야, 애 키크다고 자랑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덜 계시다면 오해십니다요.
저는 정말로 속상했구요,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건가하고요.
제 아이가 정한 규칙속에 못 들어간다고 저 혼자 너무 투정하는
건가 하고요...
지난 번에 그러니까 학교 병설유치원에 아이를 넣으려고 했다가
교육청까지 전화를 해서 한 바탕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애는 생일이 12월 이었는데 병설 유치원에서 원아를 뽑는
기준이 글쎄 생일 순서라지 뭡니까?
겨우 70명 선발 하면서 생일 순서라면 원서를 넣기전에 물 건너
간 얘기가 되는 거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부당하다고 말했지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은 그게 왜 부당하냐고 물으시더군요.
아이들이 적던 시절에는 하나도 문제 될게 없던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병설유치원에 싸고 일찍 끝나니까 오후를 활용하려는
엄마들 때문에 무척 경쟁률이 높지 뭡니까..
공정하다는 측면에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순서대로 줄을 서라면 서겠고, 추첨형식이라면 아무말도
안하겠다. 생일 순서라니?
-학교도 생일 순서로 가지 않습니까?
라고 교장선생님은 물으셨습니다.
-그럼, 학교에서는 나중 생일인 학생들은 안 받습니까?
-그렇지야 않지요.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공정하지 않군요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요..
그래서 저는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었지요.
아시지요? 우리나라 모든 기관에 전화하면 항상 우리 소관 업무
가 아니다 이리 해봐라, 저리 해봐라..하면서 지치게 뺑뺑이를
돌립니다요.
그럴때는 당하고 계시지만 마시고, 그럼 말씀하시는 분 소속과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하면,
한 방에 해결 됩니다.
물론 교육청에서도 교장 직권이라서 뭐라고 못하겠다고 했습니
다.
-그럼 교육청은 뭘 감독합니까?
라고 물었지요.
-교장선생님과 상의해서 전화드리지요.
결국은 말이 많아서 내년에는 추첨으로 바꾸겠다 올해는 참아라
로 끝났습니다.
-올해 우리 애를 편법으로라도 넣어 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럼 왜 그러십니까?
-우리 아이가 올해 그런 규정으로 못 들어가도, 내년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니까요.
참 별스런 여자 다 보겠다는 표정이시더만요.
그러면서 교장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지금 바꾸면 왜 하던대로 안 하냐고 3월생 엄마들이 난리친다고
요..
그 말을 들으니, 그렇더군요.
제 자식이 혹시 3월생이었으면 제가 그랬을까하고요.
그랬으면 12월생 아이를 둔 엄마가 부당하다고 바꿔야 한다고
소리 높일때, 마자, 추첨제로 해야해..할 만큼 그렇게
제가 양심적인가 하고요.
전 아들의 눈동자를 한 번 더 바라보고 결론지었지요.
그래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면, 혹시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더라
도 공정한 쪽으로 줄을 서자,,고요.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렇게 해야 겠다고요.
그런데 키 때문에 입장을 못하게 된 일이 이렇게 내내 마음에
걸리다니요.
이건 제 이기심 때문일까요?
부당하다고 느끼는 게 정말 잘못일까요?
저도 여러 이기적인 엄마들 그 한가운데 있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