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살한 민들레와 머위를 매콤 달콤하게 무쳐 보니 식탁이 풍성해집니다.
아삭아삭한 오이 소박이가 차곡히 담겨진 그릇을 내려다 보니
언제나 손 닿는 곳에 푸른 채소를 두고 먹을 수 있게
무엇을 만들어도 이상하게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갈 수가 없는 나는
갓 쪄낸 파랗고 쫄깃한 맛과 손맛이 어우러진 쑥떡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드셔서 손수 살림하시기 어려우면 같이 살아야지
늘 말씀하십니다.
마음가는 만큼 해드리고 살 수 있다면
빨갛고 자잘한 방울토마토가 바구늬에 담겨져
해마다 봄이 오면
아침일찍 일어나시어 늘 며느리보다 고운 화장을 하시는 어머니
아름답게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쑥국 한 수저 뜨고선
남편의 바쁜 일과로 인하여 변변하게 꽃놀이 한번 못가고 지나가는 봄일지 모르지만
생활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은
내리는 빗줄기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면
아픈 허리 잊으시고
어머니의 기억속에 살아있는 봄향기 가득한 추억이 내게로 스며들어
향긋한 쑥 향기가 도는 봄내음 가득한 국을 먹으며
이 아침엔 새삼 어머니의 사랑에 목이 메입니다.
거기에도 어머니의 마음에 베어 있습니다.
땀흘리며 바쁜 손길로 자녀들을 사랑하시는 그 분들을 뵈면서
참으로 많은 걸 배웁니다.
그저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서툰 살림을 하며 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어서가 아니라도
어머니께서 늘 우리곁에 오래도록 계셔주시길 마음으로 빌어 봅니다.
베란다에서 조용히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어머니께서 시골집으로 가시고 난 후에까지
그 향기로움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내 손끝에도 살림솜씨가 야무지게 베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살면서 조금쯤은 서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며,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을 자연스럽게 친구하듯이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손길 기다리며 식탁위에 앉아 있습니다.
오며 가며 하나둘씩 톡톡 터지는 느낌이 상쾌합니다.
어머니께선 누구보다 일찍이 가족들에게 봄의 맛을 전해 주시는
전령사가 되십니다.
빠르게 흐르는 세월 뒤로 하시고, 늘 화사하시기만 한 어머니를 뵈면서
10년후, 20년후의 내 모습을 그려 봅니다.
그렇게 걸어온 세월의 연륜만큼이나 무한히 큰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난 사랑을 주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아 ... 상큼한 봄의 향기!!
아 ... 향긋한 봄의 느낌!!
그렇게 외쳐대는 제 엄마를 바라보며 덩달아 아이들도 봄웃음을 웃었습니다.
그래도 이렇듯 소박한 행복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느끼며
그간의 살아온 시간들에 대하여 반성을 해 봅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건져올릴 수 있는 두레박처럼
늘 그자리에 있는 것이지 싶습니다.
빗소리마저도 경쾌하기 이를데 없어
가라앉기 쉬운 나의 마음을 붙들어 줍니다.
몇날 며칠을 들녘에서 보내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이없는 사랑이 보입니다.
나도 따라 추억속으로 아련히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