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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도 사람에게도...


BY 들꽃편지 2002-04-05

경기도 촌 여자가 꽃구경을 갔다왔다.

얼마만의 서울 나들이인가를 버스를 타고 가면서
손가락을 꼽아 보았다.

순수한 나들이로는
삼년? 오년?...
너무 시간이 지워져버려 몇년만인지 꼽을 수가 없었다.

산자락에 피어난 진달래꽃이 매혹적이였다.
저녁이 지고 있는 한강변이 느슨해 보였다.
벚꽃은 일산에도 지천인데
그토록 유명세를 탄 여의도를 향해 버스는 달려가고 있었지만
솔직히 달려가는 건 아니였다
기어가고 있었다.
설설설....겔겔겔....바릉바릉...힘만 쓰고 있었다.

벚꽃이 많은가? 사람이 많은가?
하늘을 보면 벚꽃이 분명 많은데
눈높이로 벚나무 밑둥을 보면 거짓말 안보태서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하늘을 항해 고개를 젖히고 벚꽃을 보며 길을 걸었다.
땅은 온통 보도블럭이고 사람들 엉덩이고
튼실해 보이는 벚나무 다리만 보였다.
고목인 벚나무 가지가 길폭을 뒤덮고
한꺼번에 핀 꽃이 솜사탕처럼 뭉개구름처럼 탐스럽고 먹음직하고 폭신해 보였다.
꽃 향기가 달작지근했다.
"벚꽃에도 향기가 있네?"

'그래,사람에게도 저마다 향기가 있듯이
꽃에게도 저마다 다른 향기를 지녔지.'

벚꽃을 일제히 피었다가
일제히 후루룩 떨어진다.

벚꽃은 한꺼번에 금방 피었다가
와라락 꽃비되어 떨어진다.

그래서 벚꽃은 인내가 없다.
한눈에 반해 한번에 식어 버리는 사랑같다고나할까?

그래서 벚꽃은 변덕스럽다고 했다.
사람 마음처럼 이랬다 저랬다
뒤집어졌다 거꾸러졌다 다시 바로 잡아 놓고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봉우리도 없이 꽃잎은 화들짝 놀란듯이 화악 피어있었다.
며칠만 있으면 꽃잎은 꽃비되어 꽃눈되어 바람결에 흘어질 것이다.
난 지금의 벚꽃길보다 그 길을 더 걷고 싶다.
눈처럼 날리는 꽃잎을 두 손으로 받으며
내 좋아하는 친구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걷고 싶다.
꽃잎이 흩날리는 날은
떨어지는 꽃잎마냥 슬퍼도 같이 슬퍼할 수 있고
열매를 매달 꽃받침이 되어 기뻐서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봄날이 되어 줄 것이기에 행복할게 분명하다.

꽃에게도 사람에게도 저마다 다른 향기를 지녔다.
어제는 벚꽃향기가 좋았다.
있는듯 없는듯한 벚꽃향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