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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이 어딨더라?


BY 도가도 2002-04-03

어느새 30년도 더 된 감나무에
조심스럽게 펼친 여린 연두빛 이파리를 보았다.
우리집 마당에는 7그루의 감나무가 있는데,
잎사귀가 무성해지면, 그 그늘 밑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다.
한 감나무 가지 끝에 부엌 가스렌인지 연기배출구멍이 있다.
지금와서 생각해 봄, 제비가 그 구멍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했던 지난 여름이 떠오른다.
근데 그 구멍 밑으로 부엌창문이 있는데,
제비똥이 줄줄이 창문 모기장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올겨울 내내 조용하다가 어느날 그 배출구가 있는 싱크수납장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신경이 예민한 나에게는 거슬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때문에 낮잠도 잘 수 없었고,
몇마리 쥐가 그곳에서 사는 것 같은데,
가만 놔두다가는 온집안이 쥐소굴이 될 것 같은 불안이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사와야지 했던 쥐약을 맨날 깜빡하다가,
어느날은 쥐약을 꼭 사리라 맘먹고, 약국에 갔다.
"쥐약 주세요!"
짧고 간단한 내 명령어에 약사 할아버지 친구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이거 사람이 먹음 죽나?"
라고 약사친구에게 묻는다.
약사할아버지 왈,
"괜찮어, 사람은 괜찮고 쥐만 죽어."
내딴에는 쥐를 죽였야겠다는 비장함이 그들의 눈에는
어쩌면 저 여자는....하고 자살 느낌표를 달고 있었나보다.
나는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갖던 말던...
쥐약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왔다.
쥐가 드글드글할 싱크수납장을 열 자신이 없어졌다.
낼이나 쥐약을 놓아야지 하며
아이들 손 닿지 않게 조심스럽게 잘 놓아두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나?
또 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안되겠다 싶어, 오늘은 꼭 쥐약을 놓으리라 생각했다.
쥐약을 찾았다.
어디있지?
큰방, 작은방,부엌,다락....
놓을 만한데는 다 찾았다.
없었다.
그담날 또 찾았다.
역시 보이질 않는다.
대체 어디다 놓은거야?
신경질이 나고 열이 났다.
가만히 세워놓은 것은 기억이 나는데, 장소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구, 또 사러가야되나?
아구구,,,,,,포기...
혹 맘을 내려놓고 포기함 엉뚱한데서 쉽게 나오지 않을까?
한번씩 그럴 때도 있었으니까.
에이,모르겠다. 포기했다.
그러다 감나무의 여린 잎이 눈에 띄어 빤히 나뭇가지를 보는순간,
나뭇가지끝의 가스연기배출구에 참새가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참새부부가 둥지를 튼 모양이다. 그 구멍에..
난 실소를 지었다.
괜히 쥐일거란 생각에 엉뚱한 데 에너지 소비하고 돈을 버렸다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 참새부부여,
거기서 알낳고 알콩달콩 애정을 쏟아가며 자식도 낳고
잘 살어라.
내는 쓰지 않는 구멍이니, 니들이 써라..
내 맘은 널널해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부엌문을 닫았다.
그래도 모기장에 똥은 안 묻었음 좋겠다.
쥐약이 어딨는지는 지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