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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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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데이트와 방해꾼들..


BY 도가도 2002-04-02

어제밤에 남편이 왔습니다.
논보상금 문제로 서류제출하기 위해 잠시 다녀온 것인데,
오늘 같이 면사무소,농협을 다녀왔습니다.
오토바이로...
화장하고 꼬까옷 갈아입는 저를 보고,
남편은 왜그러냐고 묻더군요.
면사무소 가는데 때빼고 광내는 이유를 모르겠답니다.

일을 끝내고 남편은 맛있는 거 먹고 집에 가자고 제의하더군요.
OK사인을 보냈습니다.
섬진강변에는 재첩식당들이 많은데,
그중에 한곳에서 점심을 먹었답니다.
근데 2인분에 3만원이더군요.
2분의 1값이면 아무 생각이 안들건데, 넘 비싸더군요.
맛도 별로던데.
칼국수 두그릇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일건데,
넘 돈이 아깝더군요.
행복감을 느끼는 댓가로 3만원을 지불해야하다니...
속이 짠하더군요.
우짜튼 아이들 낳고 기르면서 둘만의 데이트를 즐겨본 건
이번이 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날씨도 온화한 날에
만발한 벗꽃눈들이 바람에 날리는 날에
오토바이로 그와 아스팔트를 달리는 기분...

간만에 느껴보는 행복감 100%를 충족한 날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이 화창한 봄날을
맥없이 내혼자 방구석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넘 싫었었거든요.
뜨거운 눈물을 삼킬정도로...
화려한 봄만큼 맘은 외로웠었거든요.
외로운 맘은
그동안 증오심으로 가득했던 남편에 대한 맘을
입안의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들게 했었거든요.

근데, 행복감을 떨어지게 하는 또 하나의 방해꾼이
나타났습니다.
동네 아짐중에 한사람이 오토바이 타고 싶다고
가르쳐 달라는디...
왜 하필, 하고 많은 날중에 딱 오늘 날잡아 가르쳐 달라고 하는지..
남편과 단 둘이 있는 간만의 오붓한 시간인데..
소곤소곤 얘기하고 그가 귀 파주고 머리 만져주고...

또 속이 짠하더군요.

근디, 난 잔멸치중에 잔멸치,
그 아짐은 50대 중반의 육중한 몸매...
내가 뒤에 타고 핸들을 잡음서 가르쳐 줌,
훨 빨리 배울텐데,
핸들이 잡히지 않더군요.
으쩔 수 없이 아짐 혼자 발을 디뎌가며
액셀런트를 힘주어 가며 배웠는디,,
나중에 남편이 타보더니,
엔진소리도 안좋아졌고,
엑셀런트도 많이 풀어졌다네요.
그렇잖어도 중고 스쿠터라서 쉽게 털털 거리는데...
아구, 속상해라.
동네 아짐이라 안돼요, 거절도 못하것고,
으쩔수없이 스쿠터 맡겨놨더만,,
내 제2의 다리를 망가뜨려놓다니...
아구구,,,설마 낼 또 오는 건 아니겠지..
그 아짐도 오토바이 배우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힘들담서 헉헉 대고 가더만..

이렇게 사는 일이란 것이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쁜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닌지라...
그래서 살맛이 나는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