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주째 남편은 감기를 달고산다.
쿡..클..
오래된 고물차 시동소리마냥
남편의 기침은 끊어질듯 하다 다시 이어진다.
봄이라서인가.
입이 쓴 남편을 위해 둘이서 외식을 하러 갔다.
평소 갈비탕을 좋아하는 남편..
길건너 새로 생긴 갈비탕을 잘하는 집이 있단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런 음식점..점원은 3층으로 안내한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하얀 목련이 활짝 핀 모습이 보인다.
화사한 봄볕이 나른한 휴일이다.
애들은 이제 다 커서
부모따라 오려 않고 집에서 게임을 하든가
제 친구랑 시간 보내는게 더 즐거운가보다.
메뉴판을 보니 값도 싸네?
갈비탕 정식이 5천원, 갈비찜 정식이 8천원.
두개 따로 시켜 같이 먹자. 여보야.
기다리는 사이 사이 남편은 또 시동이 꺼질듯 꺼질듯
이어지는 기침소리를 한다.
어젯밤 염색을 해준댔더니 귀찮다고 거절하던
남편의 머리는 이제 겨우 나이 40인데도 허옇게 세었다.
밥이 나왔다.
조그만 돌솥에 은행과 밤, 인삼을 넣은 오곡밥에
갈비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갈비탕과 찜이 나왔다.
애들 델고 올껄.
맛있게 먹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좋다.
나이가 들면 남편도 아들 같다고 했던가.
한참을 맛있다고 먹던 남편이 그런다.
이거 포장 될수 있냐고.
글쎄? 이런것도 포장해줄까?
시골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나나보다.
갖다 드리고 싶다고.
어제 아침..
일찍 부터 벨이 울리더니 시어머님이다.
전화세가 이쪽으로 자동이체 해놨는데
아마 빠지지 않아서 연체됐었나보다.
자동 안내 전화로 연체를 내지 않으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의 전화를 받으니 속이 탔는지 전화가 왔다.
그러게 니가 전화국에 자주 가서 알아봐야지.
여기서 뭐가 뭔지 알아야지..
급기야 어머님의 울음소리..
어머님은 눈물을 자주 보이신다.
서러운 세월들을 보낸 까닭이리라.
걱정마세요.. 우체국에 가서 내면 되니까 염려마시라고.
그렇게 진정 시키고 전화를 끊는데 마음이 짠하다.
항상 말썽만 부리시는 시아버지.
시아버지는 아직도 철이 덜든 철부지같다.
덜컥 덜컥 사고만 치는 시아버지.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하면서
자식들 속만 썩이는 시아버지.
남편은 자기 아버지를 무지 싫어한다.
그 아버지덕에 우린 남보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많이 벌어도 쭉 미끄럼...그리고 다시 기어오르고..
이런 반복이다.
남편은 자기 아버지에게 제발 일 저지르지 말고
그냥 계시는게 도와주는거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시아버지는 아들을 어려워했다.
오늘..
남편은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가 목에 걸리나보다.
이번 주말에 가자. 여보야.
갈비탕하고 찜하고 포장해서 가면 되지 머.
아. 어머님은 바람쐬는거 좋아하니까
모시고 나와서 맛있는거 사드려도 좋잖아.
둘이 이런 저런 얘길 하며 식당 문을 나섰다.
여보야....
자기 맘 다 알어.
나 속으로 눈물 난거 알아?
나 이제 명절때 힘들다고 투정부리지 않을께.
자기 엄마 싫은거 얘기하지 않을께.
자기야..
오래 오래..내 옆에서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