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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원짜리 묘지


BY 칵테일 2001-04-02

지난 토요일엔 시할머님 묘소가 있는 천안공원묘지에
갔었습니다.

나는 한번도 뵙지 못한 분이셨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자식들과 함께 하셔서 그런지 아직도 많은 추억이 있는
분이신 것 같습니다.

양지바른데다 사방이 확트인 곳에 위치하여, 참으로
아늑한 느낌까지 드는 묘소입니다.

간단한 성묘 예를 마치고 돗자리를 거두니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습니다.

분당에서 천안까지 다른 때의 2배가 걸리는 시간을 들여
찾아간 곳이지만, 그래도 막상 묘소에 머무는 시간이야
고작 몇 분에 불과합니다.

그 곳에는 시둘째고모부님도 작년에 거기에 모셨기때문에
온 김에 그 쪽도 둘러갔습니다.

시할머님 묘소에 비해 최근에 쓴 묘지라 그런지 위치도
가파른 곳에 있어, 눈이라도 오면 아예 엄두를 내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선선한 바람이 나부끼는 봄날은 눈부시게 아름
답고 햇볕은 따뜻했습니다.

그렇게 시둘째고모부묘소까지 들렀는데, 시아버님께서는
가족묘로 쓸 수 있는 묘자리 구경이나 하자고 하십니다.

몇번 그 묘자리에 관심을 두셨었는지, 우리 부부에게
자세히 그 묘에 대해 설명해주십니다.

어머님께서는 몇번씩 나는 여기에 묻히고 싶노라고 말씀
하십니다.

우리 부부가 보기에도 그 묘소는 고급스럽고 가족묘로
되어 있는 것이 탐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아버님께 얼마나 하는 지 여쭤보았지요.

4,000만원정도한다고 합니다.
다른 묘자리와 달리 여기는 미리 사둘 수가 있다는 말씀
까지 해주십니다.

4,000만원.....
다른 묘자리에 비해 몇 배나 비싼지 언뜻은 계산이 잘
안됩니다.

시어머님께서는 너무 마음에 든다시면서, 제게 나는 이런
곳에 묻히고 싶다고 당부하듯 말씀하십니다.

남편과 나......
시부모님의 연세가 이제 젊지 않으셔서 벌써 당신들
묻힐 곳까지 마음을 쓰시는구나싶어 조금은 서글펐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공원묘지에서, 그것
도 가장 좋은 묘지를 구경하고 나니 욕심반, 우려반..
그렇습니다.

나 역시도 가능하다면 그런 곳에 묻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탐이 나는데, 어른들 보시기엔 어떻겠어요.

자식이라고 시누이와 남편뿐인데, 시집간 딸이 친정
부모 묘자리 챙길 것도 아니고 보면,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소임일 것입니다.

일부러 그 묘소 옆에 차까지 세우시고 한참을 구경시키고
또 설명까지 우리에게 하셨을 때에는, 당신들의 간절한
염원을 우리에게 말씀하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웬지 그 앞에서는 너무 비싸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디다.

연세드신 분들에게는 죽어 어디에 묻히는가 하는 것도
살아 호강하는 것만큼이나 관심인 듯 한데, 어찌 그
실낱같은 희망을 자식된 도리로 접게 하나요.

그저 열심히 벌고 부지런히 모아서, 두 어른 소원성취
해 드릴 수 있는 그런 자식, 며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말씀으로는 그게 아니라고는 하셨지만.....
나는 시부모님께서 얼마나 그 자리를 마음에 두고 계신
가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자기의 무덤을 당신들 손으로 장만치 않고,
그래도 죽어서 자식 손에 호강하며 묻히고 싶어서라는
것을 왜 모르나요.

정녕 뜻이 있으시다면 두분이 굳이 그 자리를 마련치
못할 형편도 아니신 분들이건만, 그래도 자식에게
마지막 호강을 받으시고 싶은 것을 요.

돌아오는 차 안.
웬일인지 돌아오는 길은 아버님께서 내 남편에게 운전
을 맡기십니다.

좀처럼 당신의 차는 아들이라해도 잘 맡기지를 않으
시는 편인데.....

남편이 운전하는 아버님의 커다란 차 안에서 나는
생각해봅니다.
이것은 아마도 아들이 아니라 내 하기에 달린 일일
거라고요.

아버님도 어머님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이제부터 좀 더 저축을 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