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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천사는 내게로 왔다 1


BY 푸른 하늘 윤빈 2002-03-30

지금은 새벽 한시
내 옆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예쁜 천사 하나가 새록새록 숨을 내쉬고 있다. 1시간, 두 시간 간격으로 깨는 어린 천사의 옅은 잠 탓에 벌써 열흘 째 하루 세시간의 수면으로 견디고 있다.
벌써 세 번째. 하지만 처음 보는 갓난 애기처럼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으로 남편과도 떨어져 자는 시간들. 그리고 휴가.
결혼 후 진정한 휴가가 있었던가? 출산은 어쩔 수 없는 휴가를 만들지만 아이에, 후유증에 몸은 오히려 만신창이가 된다. 산후 진찰을 받으러 가는데 어느 새 벚꽃이 만발하여 성큼 다가선 봄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건만 시계는 나를 제쳐두고 달음박질 치는 느낌.
'아! 봄나들이 하고 싶다.'는 내부의 외침이 고동친다.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이른 아침의 규칙적인 진통. 그렇게 천사는 내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 그만 나가고 싶다고 이 든든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세상의 밝은 햇살을 마시고 싶다고. 그리고 누구보다도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그리고 다시 늦어지는 진통의 간격. 아이는 세상을 맞이하는 것이 두려웠던 걸까? 앞으로 맞이할 어려움들이 그의 발목을 붙잡은 것일까? 밤 1시가 되어서야 다시 강도 높은 파고로 치닫는 진통의 물결. 10시쯤 병원에 갔다가 돌아왔다. 아직은 더 기다려야 될 것 같다는 진단에 가족들을 먼저 재우고 컴퓨터와 한 판 씨름에 들어갔다. 아이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길 기다리며
5분, 4분, 2분...
아이는 점점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입원하란 의사의 권유를 물리치고 분만실 앞 쇼파에서 두 시간을 더 견뎠다. 첫째, 둘째를 맞기 위해 분만 대기실에서 혼자 내지르던 그 외로운 싸움의 시간을 줄여보고 싶어서. 이제 마지막이 될 아이인데 또다시 혼자만 버려진 느낌으로 차디찬 침대 나간을 붙잡고 씨름하긴 싫었다. 정말, 너무도...
비록 보는 사람에겐 더 큰 괴로움이 되겠지만 점점 참을 수 없는 아픔의 물결이 거세지며 아이는 내게로 왔다. 마지막 안간힘과 함께 내 몸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빠져나가는 듯한 순간 우렁찬 울음소리로 천사는 얼굴을 내밀었다. 새까만 머리에 쪼글쪼글 빠알간 너무도 못생긴 천사. 하지만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아주아주 못생긴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