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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BY 섬진강 2002-03-27

영화 이름도 생소한 \'go\'라는 영화를 보고 난 여운이 깁니다.
샛 노란물감을 풀어놓은듯 개나리가 피어나도,
여리디 여린 분홍빛으로 잠들어있는 산을 깨우는
진달개가 피어나도 그 사이로 연두색 잎새가 꽃처럼
피어나고 있는 모습 조차도 내게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할정도로 영화 \'고\'가 주는 감동은 특별했었습니다.

사실 \'go\'는 영화를 보고난 후기를 쓰는 일이 별 의미없는
일이 될 것만 같아 망설였습니다. 적어도 이영화는
직접보고 그 감동의 순간을 내것으로 만들어 그 짜릿함과
통쾌함과 가슴떨림을 직접 경험해야 할 영화가 아닌가 해서요...

영화를 좋아하기에 가끔은 일요일 낮에 tv에서 해주는
영화프로그램을 보곤 했습니다.아마도 지난달이었을겁니다
\'GO,\'에 대한 소개를 받은 때가요..
사실은 그때도 웬 더벅머리 고등학생이 나오고 그것도
일본영화인 관계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더랬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이 한결같이 너무 좋더군요.

갑자기 그 영화가 궁금해져서 비디오 가게에 단 하나,
그것도 거의 사람들 손에 타지 않은 채로 꽂혀 있는걸 빌려다 본 것이었습니다.

정말 영화 멋있었습니다.

스기하라라는 재일한국인 국적의 일본학생이 있습니다.
그는 원래 아버지국적대로 재일조선인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일본내의 조선인학교에 다니는
하얀셔츠위에 빨간머플러를 맨 조선학생이었지요.
그러다가 하와이 여행을 위해서 아버지가 국적을
재일한국인으로 바꾸는 바람에 엉겹결에 \'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이 바뀌고, 그는 일본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그건 순전히 호적상의 문제였고,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문화속에서 자란 순수한(?) 일본인이었습니다.

이영화는 그가 강조한 대로 그의 \'연애이야기\'입니다.

그의 국적때문에 다 얻은 사랑을 놓쳤다가
그 국적을 뛰어넘은 탓에 다시 사랑을 얻는 그런 그의
연애이야기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이영화는 그냥 연애이야기가 아닌
재일 한국인의 위치를 생각해 봐야 하고 우리가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꼭 보았으면 하는 그런 멋진 영화더란
말씀이지요.. 사랑하는사람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는 성장영화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지하철에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슈터그레이토치킨레이스\'라는 그 이름도 \'그레이또\'한
희한한 내기가 벌어집니다. 학교선배(조직의두목격인) 가
스기하라에게 지하철이 커브를 돌아 올때즘 철길에 내려가서
지하철이 바로 앞에 오면 그때부터 \'슈퍼그레이토치킨레이스\'를
하라는 거였습니다. 즉 따라오는 지하철을 앞서서 뛰어서
다음역까지 먼저 도착해야 하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레이스였던 것이었습니다.

그 레이스를 스기하라가 그 학교 역사상 두번째로 이루어 냅니다.
그 첫 장면부터 이 영화가 보통영화가 아니라는걸 행동으로 (?) 보여 주는데요,
그러다가 잡혀온 유치장에서 만난 스기하라의 아버지는
한술 더떠서 이건 아버진가 싶습니다. 아들을 본 아버지가
대뜸 주먹을 얼굴께로 올리더니 복싱 폼으로 그대로
스트라이트를 아들을 향해 날리던 것이었습니다.

웬 콩가루 집안이냐구요? 하지만 아버진 진지하게
스기하라가 11살이던 때부터 권투를 가르치며
인생을 가르쳐 주신 멋진분이시고, 가끔씩 가출은 하시지만
애교가 철철 넘치는 엄마는 그런 아빠로 부터 무진장한
사랑을 받으며 사는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입니다.

일본인 학교에 들어간 스기하라는 일본인 학생들로
부터 집단따돌림(왕따)를 당합니다.
농구를 하던 어느날, 그의 분노가 폭발하는걸 직접 보셔야 할텐데요... 이단 옆차기, 돌려 차기 그 폼새를 설명하기에 너무 역부족이라서요... 그러고 나서 스기하라는 사자처럼
표효를 합니다... 농구장이 떠나갈듯이요... 그런 뒤에서
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지요.. 스기하라의 성난 눈빛에
단숨에 빠져버린 \'사쿠라\'양의 웃음소리였습니다.

일본에 살면서도 일본인이 될수 없었던 스기라하(이정호)와
스기하라를 사랑하면서도 \'한국인에겐 더러운 피가 흐른다\'라고
배워왔던 사쿠라는 서로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이 깊어 둘인 하룻밤을 함께 하기로 하지요.
그날밤 사쿠라를 안으려던 스기하라는 \'고백\'을 합니다.
정말 고백하고 싶지 않았지만 반드시 치뤄야할 \'나는 재일한국인이다\'
라는 그 고백을 하고 사쿠라를 안으려던 순간이었습니다.
사쿠라가 그를 거부하며 울부짖지요.\'머리로는 이해할수 있지만  몸이 안따라와..\'라구요...
둘은 그렇게 헤어집니다.
아버진 하와이에 가서 하와이여인에 둘려싸여 사진을 찍어오고
평소 스페인을 동경하여 스페인에 가서 플라멩고를 추는
사진을 찍어옵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날엔
아들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입니다. 북한에서 살던
그림을 잘 그리던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풀이 죽어 있는 아버지를 스기하라는
어떻게든 예전의 아버지로 되돌려 놓고자 합니다.
아버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둘은 공원에서 마지막 한판승부를
펼칩니다. 전 일본 복싱선수였던 아버지와 복싱매치를
하게 되는데요, 아버지의 자존심을 회복시킨 대신 스기하라는
죽지 않을 만큼 아버지의 주먹세례를 받습니다.

그렇게 하다 반년이 흐르고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늦은밤 전화가 걸려 오고 그녀, 사쿠라가 나오랍니다.
어찌 그녀를 잊었겠습니까만, 스기하라는 그냥 그렇게
그녀를 받아들일순 없었나 보았습니다,
너희 일본놈들 모두 죽여버릴거야.. 라고 사자머리를 한
스기하라가 절규를 하지요..나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일도
아니고 그냥 나일뿐이라고.. 소리칩니다.
그런남자가 왜 멋있지 않았겠어요. 그녀가 웃음을 짓고
그들이 포옹을 하는데 하늘에서 한송이 두송이 눈이 내려
영화는 갑자기 로맨틱영화의 라스트신이 됩니다.
그의 말대로 이영화는 그의 연애이야기였습니다..

이런말이 가슴에 남는...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는 그대로인데...\'-세익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