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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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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11) 장애인석에 대하여


BY 남상순 2002-03-25

살며 생각하며 (11) 장애인석에 대하여 며칠전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내 친구가 장애인석에 파킹을 하는 것입니다.
깜짝 놀라서 "거긴 장애인 자린데...?" 했더니
"알아!" 하면서 앞 유리창을 보라는 듯 눈길을 주었습니다.
장애인 표지를 붙인 것입니다.

그제야 순간 짐작을 했습니다.
친구는 수년전 울며 기도를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엉치에 인공뼈를 넣고 대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정대로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는데만 두어달
온가족이 함께 고통을 당했습니다.
남의 일이니 쉽게 잊고 있었습니다.

장애인 딱지를 붙이고 다니면 아주 좋답니다.
어딜가도 파킹 장소가 예비되어 있고 개스 차를 살 수 있고
그 밖에 혜택이 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오 그래? 그런 점도 있었네?" 하며 웃었지만
마음 한켠 서글프고 저려왔습니다.

미국에 잠시 있을 때 장애인석 근처에서 어물거리다가
혼이 난적이 있습니다. 꼼짝 못하고 300$ 벌금을 내야합니다.
우리네 보다 훨씬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철저합니다.

문득 설악산 켄싱턴에서의 게임이 생각났습니다.
부부모임이 있었는데 일을 하나 더 보고 오겠다는 남편 고집에
생과부처럼 나 혼자 먼저 갔습니다.

모두 부부들이 모였는데 나만 외톨이로 목빠지게 남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나를 위해 내 친구들은 자기 남편들 곁에 가질 않고
밤 12시가 넘도록 내와 함께 해 주었습니다.

고층에서 내려다보니 파킹장이 만차가 되어 은근히 걱정입니다.
이때 스르르 검은 세단이 한대 들어왔습니다.

"이제 오시는갑다"
그런데 내기를 걸자는 것입니다.
한자리 딱 빈 장애인석 외엔 정말 자리가 없었습니다.

"언니! 분명히 저 자리에 파킹을 하실거야"
"그럴수밖에...그럴꺼야 지금 1시인데 이 시간에 누가 더 오겠어?"
나는 순간 아찔 했습니다. 하지만 억지를 부렸습니다.

"아니야! 재간껏 다른곳에 세울꺼야. 장애인 석에는 안 세울꺼야!"
"물론 그래야겠지만 지금은 우리팀이 호텔 전체를 차지한 셈이고
새벽 1시까지 안 오실 분은 없으니 세우실 수 밖에 없자나!"

위에서 이렇게 내기를 걸고 있는 줄도 모르고 검은 차는
서서히 호텔 내부로 스며들었습니다.

오잉? 내가 게임에 이겨도 져도 이거 큰일 났습니다.
순간 장애인 석으로 정차하는 듯 하더니 그곳을 빠져나와 총총 사라졌습니다.
'남편이 아니었구나...정말 다행이다.' 그리 생각하면서
'왜 이리 늦는거야? 혹시 못오는것 아닌가?' 하고 안달을 할 즈음!
똑똑 노크 소리가 났습니다.
게임엔 내가 졌어도 정말 남편이 고마웠습니다.

푼수같이 남편 자랑한 꼴이 되었지만 정말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합리적으로 장애인 석에 차를 세우고 싶은 유혹이 들 때가 있습니다.
친구가 장애인석에 차를 세우는 것을 보고
장애인석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