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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찜에 목숨걸었다


BY ought 2002-03-24

결혼식을 올린 후 1개월이 지났을 때,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가 첫 번째 방문을 하셨다. 잔뜩 긴장을 한 나는 우선 대청소부터 했다. 냉장고 속까지 깨끗이 청소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요리였다. 생선회, 갈비찜, 양념통닭, 튀김, 과실주. 이상은 시어머니가 아주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며 남편이 내게 귀뜸을 해 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요리라고는 결혼전까지 라면끓이기,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고작이었던 이 시대의 평범한(?) 여성이었다. 시어머니는 요리의 대가로서 종갓집 살림을 40년 넘게 이끌어 오신 분이었다. 나는 우선 기가 팍 죽었다. 시댁에 가서 맛본 반찬들은 정말 맛이 좋았던 것이다.

내가 너무 걱정하니까 남편은, 어머니가 며느리가 아직 요리 초보라는 걸 아신 다며 위로하지만 나는 D-Day일주일전부터 소화가 안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려움에 봉착해서 무너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우선 계획을 세웠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것들로 한상 가득 차릴 계획을 말이다. 생선회는 회센터에 가서 사와서 예쁜 그릇에 펼쳐놓으면 되는 것이요, 튀김이야 튀김가루를 파니 그걸로 깨끗한 기름에 튀겨내면 될 것이요, 술이야 사오면 되는 것이고, 양념통닭이야 역시 우리아파트 상가가 최고 맛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갈비찜이었다. 갈비찜은 슈퍼마켓에도 팔지 않을 뿐더러 짜장면처럼 배달을 시킬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우선 양념에 자신이 없는 나는, 사실 도대체 갈비찜에 무엇을 넣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갈비양념을 한 통 샀다. 그걸로 양념을 하루동안 재운 뒤, 끓여 보았지만 맛이 영 신통치 않았다. 비린내가 약간 나는 것이 도대체 맛이 이상했다. 역시 음식은 직접 해야 한다며 남편은 직접 양념 할 것을 권했다. 이번에는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는 요리순서를 받아 적어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보지도 않고 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온통 시커멓게 변한 갈비색깔에 맛은 또 왕소금이었다. 너무 짜서 먹기도 힘들었다. 간장을 너무 넣었나 보다. 세 번째 시도는 요리책이었다. 요리책을 펼쳐 놓고 쇠갈비의 핏물빼기부터 정성스럽게 따라했다. 핏물을 뺀 갈비를 굵은 파를 넣고 삶고, 갈비에 칼집까지 내느라 가운데 손톱을 베기도 했다. 당근, 무, 밤을 손질할 때는 손가락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은행도 볶아 껍질을 벗겼고, 온갖 양념에 비싼 배까지 사다가 고루 섞었다. 마침내 모든 준비를 끝내고 냄비에 갈비를 끓일 때는 정말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2시간 넘게 끓인 후에 달걀지단까지 살짝 얹어 상에 내놓자, 남편은 탄성을 질렀다. 너무 예쁘다는 것이었다. 맛이 더 중요해, 나는 냉정히 말했다. 한 입 베어 물고 난 후의 남편표정은 아주 밝았다. 그 정도면 성공이었다.

다음날 시어머니가 오셨고, 하루동안 양념에 재워 냉장고에 두었던 갈비를 끓여 상에 내어놓았고 시어머니는 당신이 하신 것보다 더 맛있다며 내 갈비찜을 칭찬하셨다. 다른 반찬도 맛나게 드셨다. 내 요리는 40년 경력의 시어머니 솜씨에 비할 바도 못 되지만 그렇게 맛있게 드시니 정말 며느리를 아끼시느라 그러신 것 같아 눈물나게 고마웠다. 어머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