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결혼은 아니었는데도 내 주변엔 결혼한 친구가 없었다.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결혼을 서둘러 한 이유때문이리라.
그렇다 보니 직장생활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친구들을 붙잡고 내 얘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내 결혼생활이 허리 꼬부라지게 고되고, 눈물 쏙 빠지게 매운 것도 아닌데 친구들만 보면 왜 이렇게 서러운 일만 생각나는지 그네들한테는 하소연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친구들한테 나 속상하다고 내가 내 발등을 찍었네, 눈을 쑤셨네하면서 결혼을 해도 늦게 하라고 하는 것도 못할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나를 보면 안정이 된 것 같아 부럽네, 어쩌네 하는데 거기다 대고 당장 조금 힘들다고 부르르 떠는 것 같은 내 모습이 어찌보일까? 꽃같이 고운 얘기도 한 두번인데 것도 아닌 무겁게 내려 앉는 얘기를 결혼도 안 한 친구들한테 하자니 미안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가 문득 어디선가 아줌마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생각이 났고, 야후에서 아줌마를 쳐서 이 사이트를 찾게 되었다.
이리저리 둘러 보며 웃고, 울었다. 내 손에 묻은 검댕을 닦는라 정신없던 내가 다른 사람들의 손을 보게 되었고, 나보다 더한 걸 묻히고 있는 이를 보고 맘 아파했다. 내가 묻히고 있는 검댕은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는 감사해야지, 고맙게 생각해야지 하면서 맘을 곧게 먹으려고도 했다. 물론 마냥 행복한 얘기를 볼 때면 부러움 섞인 샘도 냈지만 그래도 맘으로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무척 행복했다. 다른 이들도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난 천군만마를 얻은 듯 뒤가 든든했고, 좋았다. 속상하면 만날 친구가 생겼고, 행복하다고 떠벌떠벌해도 될 벗이 생겼고, 내 얘기를 늘어 놓는 것 뿐만 아니라 그네들의 얘기 또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흐믓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얘기를 시작하기가 겁이 났다. 전에는 별 생각없이 맘껏 내 얘기를 늘어놓을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러기가 두려웠다. 얘기를 올려놓으려고 장문을 써 놓고도 망설이게 되고, 이름을 바꿔서 올려놓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에이, 말자하면서 글을 지워버리기를 몇 번.
막말로 니 팔뚝이 굵네, 내가 더 굵네 하면서 서로 헐뜯는 모습을 보게 될 때마다 가슴 한켠이 싸아 해지면서 체온이 조금씩 낮아지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일이 항상, 매번, 자주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있을 때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줌마들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쏟아 놓는 독설은 더 독하고 매서웠다. 내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말이다.
그때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은 가슴을 가만가만 쓸어내렸다. 아니다, 별 거 아니다하면서. 근데 어느 순간, 그런 얘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자 정말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어디다 쏟아 놓을 수 없는 얘기나 자신의 깊고 깊은 속내를 다 보여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이곳이 이제는 독한 얘기가 오고 가고, 그래서 나조차 내 얘기를 풀어 놓기가 겁이 난다는 것이 너무 슬퍼졌다.
흔히들 하는 말로 인터넷의 익명성이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 이렇게 저렇게 하는 식의 판에 박힌 말은 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아줌마의 따뜻한 품으로 품으면 좋을 것을. 못마땅하고 미운 얘기가 올라오면 바로 직격탄을 쏘아 대는 것 보다 찬찬히 읽어 보고, 또 한 번 읽어보고 으음,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하고 글을 올린다면 지금처럼 무서운 말들이 판을 치지는 않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난 그럴 수가 없다. 어떻게 찾은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 등을 보일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처음에 난 아줌마라는 이름이 싫었다. 왠지 푹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 들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푸욱 퍼진 것도 퍼진 것 나름이라는. 누룽지를 물을 가득 붓고, 푸욱 퍼지게 끓여서 밥 다 먹고 난 후에 한 술 떠 먹는 끓인 밥이 얼마나 맛있는가. 난 그런 아줌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