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상징하는 많은 것 중에 '봄바람'이라는 말은 여자와 결부시켜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궂이 '여자는 봄에 바람이 난다'는 말이 아닐지라도, 눈부신 햇살이 난무하고 연초록 어린순이 성성이 솟구치는 이 계절에 마음이 설레지 않는다면 어찌 여자라 하겠는가....?
오늘,
봄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동네를 배회하다가, 비닐하우스로 만든 작은 화원 하나를 발견했다. 세상이 다 변해도 나는 끄덕없다는듯 오래된 제 모습을 오롯이 지키고 있는 이 화원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이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이방인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내가 이 곳에 산지가 5년째인데 왜 오늘에야 눈에 띄었을까? 이상했다.
화원 안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봄을 먼저 알리겠다고 저마다 한껏 뽐을 내고 있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이것 저것 권하는 주인아저씨의 손길을 마다하고 난 서슴없이 쟈스민과 수선화 화분을 하나씩 샀다. 봄을 우리 집안에 들여 놓기에 이 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싶다.
쟈스민차로 두루 알려진 쟈스민(물푸페나무과: Jasminum polyanthum Franchet:중국 운남성)은 청초한 꽃 모양이 뛰어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향기 또한 어느 유명 향수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차(茶), 음식, 향수, 비누, 화장품등에 즐겨 사용되고 있다.
꽃말은 '당신은 나의 것, 관능적, 상냥함, 우아함'등이 있다.
내가 구입한 쟈스민은, 꽃모양이 학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여진 '학쟈스민'인데 연분홍 꽃 봉우리가 탐스럽고 앙증스럽다. 며칠 후엔 이 봉우리가 한 무리의 학이 되어 우리 집안을 그윽한 향기로 가득 채워 줄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흐물흐물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나르시시즘으로 잘 알려진 수선화(수선화과:Narcissus spp: 스페인, 포르투칼)는 노오란 색깔의 청아한 모습이 질투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예쁘다.
수선화와 나르시시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인데 이유인즉, 그리이스 신화에 따름이다.
나르시스는 강의 신과 요정의 아들인데 스스로 자신의 얼굴만 보지 않는다면 영원히 살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아름다움에 빠진 메아리의 요정 에코의 사랑을 거절함으로써 신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고, 결국 강물에 비친 자기 얼굴만 들여다 보다가 죽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르시스는 죽어서 수선화가 된다.
수선화의 꽃말은 '自己愛. 고결, 자만, 자존심'등이다.
어느 작가는 나르시시즘을 요즘말로 명쾌히 해석했는데 바로 '공주병'이란다. 그럴싸한 말이다. 그렇다면, 꽃 중에서 수선화를 가장 좋아하는 나도 '공주병'???
4계절 중에 봄이 가장 짧다고들 한다.
'어머, 언제 봄이 왔지?' 하다가는 이 봄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놓치게 될 건 뻔하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밖으로 뛰쳐나가 마음껏 봄을 껴안아보자. 그리고 바람도 피워보자. 화사한 바람을...
* 두 아이(5살,3살)를 둔 엄마에요.
이 곳에 올려진 글을 읽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제 글도 올려보고 싶은 욕심을 내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제가 쓰고 있는 칼럼 중의 한 편을 올렸습니다.
가끔 들러서 한 편씩 올려도 되겠죠? *^^*
참, 이 곳에 바로 들리셔도 돼요.
http://column.daum.net/soongnyung/
<시와 숭늉이 만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