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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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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는 얘기 -(56) 사람의 본성


BY 하늬바람 2002-03-22

어떤 여인이 새뮤얼 존슨 박사를 보고 사전에 점잖지 못한 낱말들을
수록했다고 책망했다.

그러자 유명한 이 사전 편집자는 "부인께서는 일부러 그따위 낱말만을
골라서 찾아보셨군요."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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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man once took Dr. Samuel Johnson to task for putting improper
words in his dictionary.

"Madam," said the distinguished lexicographer, "you have been
looking for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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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몇 마디]

인간의 본성이 착하냐 아니면 악하냐에 대한 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
고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고전적 사실이 맹자의 '성선설'과 순
자의 '성악설'이 있다.

나는 이런 학문적으로는 잘 모른다. 다만 우리 주위에 인간들을 보면
정말 극과 극인 것 같다. 평생을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
며 좋은 일만 하며 살다 간 사람이 있는 반면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적
인 방법으로 살인을 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며칠 전 발표된 강남의 모 여대생 살인 사건을 보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가 하고 끔찍스러울 뿐이다. 동물의 세계야 어차피
약육강식으로 살아가고 생존을 위해서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고 치자.
그러나 인간은 아무리 경쟁 속에서 산다고 해도 "네가 죽어야 내가 산
다."는 경우는 없어야 된다고 본다. 공생공존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얘기가 많이 비약하고 있는데 위 얘기에서는 한 점잖은 부인이 '대영
사전'을 편찬한 사람에게 점잖지 못한 말을 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 그 큰 사전을 다 독파하지는 못했을 것이고 자신이 알고 있는
비속어만 골라서 찾아봤다는 얘기다.

나도 한창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할 때에는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을
전부 뒤진 적이 있다. 그래서 성에 관계된 단어만 집중적으로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어휘력이 늘어서 지금 이렇게 되지도 않는 글을 늘어
놓는데 다소간의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당시에 사전을 뒤
지며 다른 단어도 눈에 들어왔을 테니 말이다.

인간이 태어나면 정말 순백의 백지장같은 상태에서 점점 주위의 영향
으로 오염되어 가는 것 같다. 모르던 욕설도 배우게 되고 나쁜 짓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욕을 배우는 것은 첨에는 아무런 의미도 모르고 친구나
어른들로부터다. 일상언어로 배우다가 나중에야 그 본래의 의미를 알
게된다. 요즘에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존나, 전나, 절라, 졸라'라
는 말도 알고 보면 '좆나'에서 왔는데 그냥 강조어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동영상 만화로 '졸라맨'까지 나왔으니 이제는 원래의 의미하고
는 전혀 다른 새로운 단어로 정착된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에 저학년일 때에는 누구한테 욕을 할 경우 주로 남녀
의 성기를 직접 이름 대신 부르고 또 아버지의 성함을 대신 부름으로
써 상대방에게 모욕을 줬다.

조금 자라서 남녀의 성에 눈을 뜰 때가 되니 '자궁'이라는 단어를 누
가 알아와 가지고 조심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그 말
이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또 다른 말이라는 것이다. 나도 아무것도 모
를 때이니 나중에야 그 본 뜻을 알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릴 적
에는 당연한 호기심으로 무슨 대단한 말인 양 사용했으니 얼마나 우스
운 일인가.

그런데 한번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편을 갈라 배구시합을 하는데 배
구공이 밖으로 나가니 '월경!'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다. 그 때에 '자
궁'과 더불어 친구들이 조심스럽게 사용하던 용어이었다. 그러니 놀랍
기도 하고 한편 쑥스럽기도 하였다. 나도 나중에야 '월경(越境)과 '월
경(月經)'이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임을 알았다. 요즘에야 '싸이드
아웃(sideout)' 또는 '아웃(out)'이라는 말을 사용했겠지만 당시에는
선생님들이 일부러 그렇게 사용했을 것이다. 그 때에는 남녀선생님이
같이 배구를 했다. 지금 같이 무서운 세상이라면 당근 직장내 성희롱
으로 고발당했을 것이다.

얼마 전 내가 서점에 가서 보니 어느 한가한(?) 분이 우리 나라에서
사용되는 욕을 집대성해서 '욕 사전'을 만들었더라. 사기에는 좀 그래
서 한 번 들여다 보니 참 적나라한 욕도 많았다. 물론 전국을 다 돌아
다니고 많은 서적을 뒤져서 수집했겠지만 "우리 인간이 그렇게 많은
욕을 하고 사는가?" 하고 놀랐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욕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
性)에 관련된 것이다. 성은 가장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것
을 금기로 묶어놨기 때문에 역으로 그것을 말함으로써 쾌감을 느끼거
나 상대방에게 모욕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다음 것들이 신체
에 모독을 주는 것과 저주이다. 또 들어서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주로 욕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평소에는 고상틱한 사람들이 왜 욕설을 사용하는가? 여기에 대
한 답은 얼마전(3.12) '에세이 쓰는 방'에 어느 님이 올리신 것을 허
락없이 인용한다.

"사람들은 욕을 싫어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즐긴다.
그 이율배반적인 심리는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그것은 도덕적 인간성을 지향하는 이성과
원초적 본능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똑같이 내면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렇지만 욕설을 가만히 살펴보면,
욕은 더이상 욕일 수 없다.
욕은 단지 현상이나 미래를 뜻하는 단어들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면,

<썩을 년>
우리는 모두 썩을 년이다.
썩지 않고 버틸 인간 있음 나와보라.
화장하지 않는 이상은,그리고
주검에 방부제를 쓰지 않는 이상 우리는
미래에 썩을 년이다.

<시팔 년>
시팔 년을 소리나는 대로가 아닌
원래 단어를 보면 씹할 년이다.
여기서 '씹'이란 성교,섹스를 말한다.
씹은 아줌마라 하면 일상생활이다.
욕이 아니다. 현상을 말할 뿐이다.
누가 나에게 시팔 년이라 말한다면,
'오늘밤은 안할거야.' 라고 말해버림, 그만이다.
참, 나는 쌩과부이지! (남편과 별거중에 있으므로)
그렇담, 나에게는 욕이 되겠다.
내 상황과 맞지 않는 얘길 했으므로."
(이하 생략)

상당히 원초적으로 글을 썼는데 나도 처음에는 놀랐다. 그런데 사실
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인간이 천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마도 아니라고 본다. 선을 추구하지만 어느 한 구석에는 이런 악마
적인 요소도 분명히 잠재해 있다. 그런데 많은 장치들이 이 악마적인
요소를 억제하기 때문에 인간사회가 유지되겠지...

또 욕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배설욕구'라고 본다. 살아가
며 받는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화끈하게 풀어버리는 것이다. 즉 평소
에 금기시 되어있는 말이나 일을 함으로써 마음속에 쌓여 있는 것을
떨어버리는 것이다. 사람마다 그 푸는 방법도 다 다를 것이다. 그 중
에 하나가 욕설을 내?b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
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을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면 안 될 것이다.

나도 여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알고 보면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닌
가?(ㅋㅋㅋ) 그러면 이 글에 누군가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것이
다. "별 쓰레기 같은 넘!"이라고 하면서...

고고하신 님들께서는 너무 불쾌해 하거나 신경 날카롭게 세우지 마시
기 바랍니다. 세상에 이런 면도 있다고 가볍게 넘기시길 앙망하나니
다. 태생이 좀 천한 넘이라서 그렇지 악의는 없음을 고백하나이다.

전국에 계신 아컴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빕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