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91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BY 들꽃편지 2002-03-22

흐린요일이던 어제...
퇴근길에 서점에 들렸다.
아이의 문제집을 한 권 고르고
서점을 한번 둘러 보았다.

겉표지가 갈끔한 시집이 눈에 띄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이 나를 속일 때,
사랑했던 사람이 등을 돌릴 때,
이런 생각을 하라고 써 있더군.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작은 풍경이 그려져 있는 시집을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깊숙히 알려고 하는 것보다
눈감아 줄 땐 눈감아 주고
가만히 있고 싶어할 땐
가만히 놔 두고 보는 아량을 가지고 싶어서다.
속속들이 내면을 알면 내가 울적한 것 같아서다.
그냥....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로 날 달래며...

그러다가...
좋은생각 책을 집었다.
계산대에 두 권의 책.
문제집과 좋은생각 책.
값을 계산했다.

편하고 싶다.
놔 두고 싶다.
흘러가는 물처럼 흘러가게 버려두고 싶다.
하늘의 구름마냥 떠 돌다 먼 산으로 넘어가게 바라만 보려 한다.

겨울동안 난 혼자인 나를 무던히도 많이 내려다 보았다.
창밖에 서서 외로움에 떨었고
말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어 유행가를 큰소리로 따라 불렀었다.
미치겠다란 말은 미친사람들이 쓰는 말이 아니였다.

내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남편도 사랑도 집도 없다.
걸어가도 뛰어가도 날아가도 그것들을 잡지 못한다.
고스란히 가게 내버려 두었다.
잡아도 소용없고 잡아도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사람은 나 자신을 위해 밤먹고 일하고 잠을 잔다.'
'사람은 내 자신이 고달프고 내 자신이 손해를 보면 상대방은 뒷전이다.'
'사람은 극히 이기적이고 충분히 개인주의 자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한다.
그것도 다 나 자신을 위해 어떤 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버리고 잊는다.


혼자라는 말은 어쩔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다 떠나고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때.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라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실은 혼자살 수 없는데 말이다.
실은 누구보다도 나약한 나라는 존재인데 말이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하는 나약한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