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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처한 현실


BY 여성철학(2) 2000-06-05

아줌마의 현실-나이듬, 가사노동, 감성노동,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중년 여성인 아줌마의 문제에는 중년이기에 겪게 되는 문제와 여성이기에 겪게 되는 문제, 가 있다. 우선 중년이기에 겪게 되는 문제는 생산력, 정보력이 중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근육의 완력을 넘어 컴퓨터 다루는 능력을 요구받는 현 시점에서 전자렌지 버튼 누르는 것도 겁나고 비디오 녹화도 하기 힘든 중년이 이 시대에 적응하기에는 힘든 점이 많을 것이다. 남녀 공히 중년이기에 겪게 되는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라고 보아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신체적, 경제적 능력이 약화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지만 중노년의 사회구성원들까지 포괄해서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년의 문제는 그 시기가 '제2의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시기라는 데에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남은 삶을 어떤 가치를 지표로 해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휩싸이는 시기인 것이다. 남성의 경우 이 시기에 가정 경제를 책임진 자로서 자기는 없이 가족만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을 위해 살 수 없는 것은 남성 여성 모두 같을지 모른다. 그것은 인간의 숙명이기도 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여성이기에 겪는 문제가 드러난다. 대부분의 여성이 폐경을 겪으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하는데 여기에는 노화에 대한 두려움 뿐만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여성이 아니라는 의식이 작용한다. "폐경이 여성에게 생의 전환점임 까닭은 사회에서 여성을 신체적 젊음과 출산으로 평가하는 통념에서 비롯된다." 또, 여성으로서 자녀 양육을 담당해 온 아줌마는 자녀가 성장하여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데에서 오는 역할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 전업주부의 경우는 중년기를 '적막한 둥지'를 지키며 자신의 일이 의미있는 일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는 중년1기(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와 '빈둥지'를 지키며 스러져가는 자신의 삶이 도대체 어떤 의미였는가를 회의하게 되는 중년2기(50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아줌마 중 중년 1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고등교육을 받아서 가정에만 있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고 중년 2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유교적 가족구조에서 상당히 희생당해온 세대이기 때문에 중년1기의 사람들보다도 더 자아정체감을 갖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칫하다가는 손주를 떠맡아 제2의 육아기에 돌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은 자아실현을 하기를 원하지만 가부장체계와 자본주의는 여성들의 자아실현을 허용하지 않는다. 가부장제는 남성이 경제활동을 독점하고 여성은 가정내의 정서적 역할만을 수행하는 역할분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성은 가사노동을 하면서 남편이 일을 잘 하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가사노동은 꼭 필요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살림 솜씨는 쉽게 전달받을 수 없는 노하우가 있는 것이지만 살림 잘 한다고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바는 없다. 프로주부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가사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이름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아줌마는 힘들 수밖에 없다. 분명히 고된 가사노동을 하는데도 스스로 '부엌데기'라는 의식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서 취업을 한다는 것은 이중의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해도 하지 않아도 여성은 자신의 삶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전업주부의 경우는 어머니, 아내, 주부로서 충실했는데 '놀고 먹는 사람' '별로 하는 일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며 사회활동 하는 여성을 보며 위축감을 느껴야 한다.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의 경우엔 가사노동과 사회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견뎌야 하며 언제 어느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낙오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견뎌야 한다. 여성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가족구조에서 원하는 만큼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가정, 직장 양 쪽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위험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결혼은 순수하게 개인 남녀의 결합만이 아니다. 결혼한 여자는 시가에 종속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우선순위를 시가에 두어야 한다. 여기서 감성노동-다른 사람의 뜻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맞추느라고 하게 되는 노동-이 생긴다. 감성노동은 시가와 며느리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 때문에 하게 된다. 며느리는 시가의 말이라면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시가의 뜻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혼을 각오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시가의 가풍에 맞추어서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시가의 가풍과 친정의 가풍이 다르다는 것은 사실은 그냥 단순한 '다름의 문제'이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냥 다를 뿐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르면 나쁜 것이다. 며느리의 가풍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며느리는 친정의 가풍을 버리고 시가의 가풍을 택해야 한다.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라는 결혼에서 요즈음은 경제력에 따라 그 종속의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도 보인다. 보통 며느리는 시가 사람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시가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시가가 경제력이 없는 경우엔 종속의 정도가 덜 하지만 대신 시가에 대한 경제적 의무가 생긴다. 처가가 경제력이 있는 경우엔 사위도 처가에 종속된다. 예전의 남성들은 아내를 밖으로 내돌리는 남편은 무능력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대에는 능력있는 여성을 만나 여자가 버는 돈으로 생활비하고 자신이 버는 돈은 온전히 자신의 용돈으로 하는 것을 원하는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능력있는 집안 출신의 경제능력있는 여성을 부인으로 맞아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처가에 종속되는 것 쯤은 용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사위의 처가에의 종속은 며느리의 시가에의 종속에 비해 자존심이 덜 상하고-사위는 백년 손님 대접을 받는다- 육체적 노동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간편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처가에 종속되어 있는 사위는 처가에 자주 가면서 장모 장인의 비위에 맞는 말만 몇마디 하면 된다. 이제, 현대의 여성은 가사노동, 양육, 감성노동외에도 경제활동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자아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경제활동에 나서야 하는 요구를 받는 것이다. 예전에는 남자 혼자 벌어서 가정 경제를 꾸려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남자 혼자 벌어서는 가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이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지배형태 때문이다. 현상적으로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어서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남편은 아내가 집에서 자신의 뒷바라지만 해주길 바라고, 그렇지 못해서 경제력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남편은 아내가 경제활동을 해주길 바라는 것으로 드러난다- 아이들의 교육비라도 벌어야 한다며 단순 노동직, 계약직, 임시직에 매이게 되는 것이 아줌마의 현실이다.

여성의 결혼은 소속 계층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빈곤층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중산층 여성들을 부러워하면서 여성의 노동을 비하하고, 중산층 여성들은 자아실현을 이룬 직업여성을 부러워하면서 자신들을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여자란 자고로 현모양처로 사는 것이 행복이며 또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로 무장한다.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는 지금 N세대에게도 상당히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다녀야 돈많고 집안 좋은 남자를 만나 편하게 살 수 있으므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개척해야 하고 처자식을 거느려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 남성과 시집만 잘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니까 외모 잘 가꾸고 적절한 머리를 갖추어서 훌륭한 2세를 낳을 준비나 하라는 요구를 받는 여성의 삶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부장제와 경제력이라는 두 요인이 중산층 여성과 빈곤층 여성을 분리시키고 있고 이러한 분리는 여성간의 단절을 초래해서 여성의 의식기반을 통합시킬 수 없게 함으로써 여성의식 발전의 장애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중산층 여성에게 가사노동외의 자아실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구조에서 중산층 여성들은 빈곤층 여성을 소외시키고, 여성 억압기제인 현모양처 이데올로기, 모성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남성중심문화를 온존시키는 데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산층 문화는 능력을 가진 사회적 성공자로서의 남성상과 현모양처로서의 여성상을 추구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빈곤층 문화는 자신의 무능력을 술, 노름, 여성 억압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성과 그러한 남성때문에 경제적 행위자가 되어야만 하는 여성과의 상호관계에서 유지되는 문화이다. 경제적 성적으로 가장 하위에 위치하는 빈곤층 여성들로 하여금 여성의 노동과 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 성적으로 상위에 위치하는 중산층 남성문화이다. 그리고 이는 중산층 여성들의 적극적인 수행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유지되어왔다. 여성에게만 선택적 삶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구조는 중산층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갈망을 남성에게 인정받는 아내로서의 지위에 집착하게 한다. 따라서 중산층 여성의 주체적 행위자로서의 추구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여 학벌이나 외모 그리고 현모양처의 과잉역할 수행등으로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려 하는 데 집착하는 왜곡된 행위로 표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