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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21


BY 후리지아 2002-03-20

이른아침 눈을 뜨면 창가에 모여 재잘대는 참새소리가
요란합니다. 겨우내 잠잠하더니 그내들도 봄을 아는 모양입니다.
자연의 법칙이란 우리 인간은 감히 도전을 할 수 없는
영역처럼 숭고하고 장엄하게 느껴진 아침이였습니다.

세상에 살아 숨쉴 수 있다는 것이 오늘처럼 감사하게 느껴진
날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한강도, 지하철 출구를 나오면서 만나는
가로수도 오늘은 달리 보였으니까요.

?告楮?
제가 살아온 지난날들을 되돌아 보니 열심히 살기는 했지만
정말 잘 살아 내지는 못했다는 후회 때문일 것입니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제게 남아있는 것이 후회뿐이라면
결코 잘 살아내지 못한 삶이 아닐까요!
남편이 저 세상으로 간다음 운영하던 공장부터 시작해여
집을 경매로 차례차례 넘긴다음 작은방을 하나얻어 이사를
한지가 2년이 되어갑니다.
몇일전 일때문에 처음으로 맏형님과 네째동서가 제 집을
방문했더랬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형님과 동서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웃으며 반기는 절 보면서...
아마도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동서가 그럽니다. "형님! 이렇게 사시는 줄 몰랐어요."
전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편해 살만하다고...
그래도 형님과 동서는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단 표정이였지요.
이것이 현실이고, 현실에 대하여 아무런 불만도 없노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절 바라보시면서 형님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
너무 무심했노라고, 형제들 많으면 무엇을 하겠냐고, 다들
살기바쁘다고 동서의 고단하고 힘든 삶은 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래도 아이들 잘 키우고 씩씩하게 사는것을 보니
참 다행이라고 그렇다고 지금 어떠한 방법으로든 도울 수 있는
여건들이 되질 못하니 어쩌겠냐고...

그랬습니다. 살면서 아직은 형제들이나, 이웃, 친구들에게
힘들어 죽겠노라고 징징거리지 못한 제게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대쪽같은 성격도 못되고, 제게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고보면
적당한 하소연은 주위의 형제들이나 친구들에게 제 형편을
알리는 것임에도 전 그러기가 싫었습니다.
물론 한번쯤은 손을펴서 도와주긴 하겠지요.
그러다 세월이 흐르고 반복되는 하소연으로 모두들은
기운을 잃고 절 피하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단 한번도
하소연을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제 스스로는 참 잘하고 산다고 자위를 하니까요.

친구를 만났습니다.
늘 소나무처럼 절 지켜주는 친구입니다.
먼길을 다녀오거나, 세상을 방황하다 돌아와도 언제나
기분좋은 낮은언덕의 소나무처럼 절 쉬게 해주는 친구이지요.
친구는 제게 묻습니다.
"힘들고 어려울텐데 왜 한번도 말을 하질 않니? 무슨 말이든지
해야 네가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알텐데..."
"넌 내 보험이야, 정말 힘들고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
그때 이야기 하마, 그러면 들어놓은 보험금을 내어주면 되잖니."
친구는 고개를 끄떡이며 알았다고 합니다.

그친구는 가끔씩 마트에 가서 장을보아 제집을 방문합니다.
친구가 필요한 것들을 두개씩 사서 하나씩 덜어놓고 가곤
했지요. 값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겠지만 전 그것을 쓰고,
먹고, 마시면서 착한 친구의 마음을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언제고 갚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마음으로 오늘을 사는데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지요.
세상을 살면서 모든이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었던 전...
어느새 형제며, 친구며, 이웃들에게 근심거리가 되는것은
아닌가 해서 조바심이 날때가 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진정한 친구 하나만 있다면 잘 살아낸 인생이란
말이 있듯이 전 잘 살아낸 사람이라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딸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전 늘 어른이 아니라 딸들과의
눈높이를 마추며 살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어른답지 못할때가
종종있습니다. 이제 두딸모두 대학생이고 보면...
딸아이들보다 제가 더 잘삐지고, 토라지기가 일쑤입니다.
그런 어미를 믿고 따라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 감사하단 생각을
많이하게 됩니다.
어느날 딸아이들이 제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에 아빠가 돌아가셨을때 저희들보다 작은 엄마가 무엇을
해서 공부시키고, 입히고, 먹여줄지 걱정이 많았다고... 혹시
울엄마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 우리가 학교 그만두고 돈벌어
어머니 부양해야 하는것은 아닌지 둘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그런데...힘들고 어려우시면서도 필요한 모든것을 해주시는 것
보면서 울 어머니 정말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이야기를 맺습니다.
전 키득거리며 웃었습니다.
의아해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임마! 나이는 공연히 먹는 줄
아니, 다 나이값 하는거야."
봄바람이 부는 거리를 걸으면서 세모녀는 신나게 웃었지요.

그래도 전 다행입니다.
살갑게 구는 두딸이 있고, 보험인 친구가 있고, 도와주진 못해도
마음으로 걱정하며 응원해 주는 형제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산사람은 다 살아진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한 하루였지요.

산다는 것은...
힘들고, 어렵고, 고해와 같은 인생길이라 할 지라도 동행하는
누군가가 있어 살아지는 것은 아니겠는지요.
산다는 것은 서로 다독여주는 깊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