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가 박완서씨를 좋아한다.
그녀의 수더분한 외모와 허수룩한 맵씨가 우선은 날 편안하게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녀 전체적으로 어리숙해보이는 (세상 물정 전혀 모를 것 같은 촌부처럼) 모습에 비해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철저히도 사리가 밝은 그녀의 맑고 강직한 영혼을 좋아한다.
그녀의 책 속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대목 한가지.
그것이 소설이었는지, 수필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아마도 그녀의 생각을 적은 수필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를 반복하며 살던 어느 날, 문득 방 한켠에 세워진 빗자루를 보고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과연 저 빗자루를 죽어라 섬겨야할 이유가 뭔가하는.
살림하는 여자의 일상을 단 한가지 '빗자루'에 빗대여 표현한 그녀는, 아마도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가 살림을 사는 것도 결국은 안락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고자하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가 되어, 너무 '깔끔'을 떠는 일에 연연하게 되면 과연 그 삶의 주체가 뭐가 되는 것인지.
난 개인적으로 서정희라는 여자에 대해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녀의 유난스런 청결벽이 자기 개인의 취향만으로 끝나지않고 공공연히 매스컴으로 자신을 표출시키는 그 행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 세상 모든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아내가 되고, 아내의 주된 일이라는 것이 또한 살림 아니던가.
그렇다면 십인십색이라고, 다 각자 자신의 가정에 맞는 살림패턴으로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마치 특별한 인생처럼 (자신만이 최고의 아내인양) 자신을 확대해서 보여주려하는 그녀의 '보여주고자하는 욕구'는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서정희식 살림살이가 싫다는 글을 올린 이후, 참으로 많을 글들이 이곳에 올라왔다.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은 다 똑같았는지, 거의 나의 생각과 같은 분들의 글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무조건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식의 치기어린 감정이 배제된, 성숙한 시각을 지닌 분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넌 그렇게 사는구나. 힘들게 산다. 너. 그렇지만 난 나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지. 이렇게 나처럼 사는 것도 행복이거든.' 하는 자기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자부심같은거.
사과와 배가 다르듯, 모든 주부들을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 나도 예전에는 엄청 깔끔떨고, 유난떨고 사는 주부로 남부럽지(?)않게 살았다.
그렇기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한 허망함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 이젠 그렇게 살지 않는다. 힘들땐 아줌마 부르는 것도 예전처럼 거부감느끼지도 않는다.
나야말로 빗자루를 섬기며(?)살고 싶지 않고, 다만 내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의 質을 따질 뿐이다.
행복은 어차피 자신이 가꾸어가야 할 그 무엇아니던가?
나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