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뽀송뽀송한 얼굴에
어색한 눈웃음으로 넌지시
내미는 커다란 사탕바구니...
수줍음보다 더 큰 용기와
사탕보다 더한 달콤함을 가지고
너무나 씩씩하게 사탕 바구니를
건네주는 딸의 남자 친구..
집에 없는 딸을 대신해
건네받은 내 손엔 사탕 바구니보다
더한 달콤함을 엿보며 딸의 엄마는
그 사탕을 몰래 훔쳐 먹는다.
어린 아이들의 과감하고 예쁜 용기에
숨이 막혀서 난 딸아이의 엄마라는 것도 잊고
순간.. 근엄함은 어디가고 소녀같은 설레임으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하며 그 친구의 이름을 물었다.
아..
이런것도 있구나...
내가 사랑을 나누는 것도 행복하지만
이렇게 곁에서 바라만 보아도 행복할수 있음을..
딸아이에게 전해 줄 그 소년의 이름을
행여 잊을까봐 이름석자 메모지에 적으면서
난 순간 나의 퇴색된 총기에 슬퍼했다.
이렇게 잊혀져가고 잊어 버릴까봐
기억의 한모서리를 붙잡고 흔적을 남기고 있는
내 모습이 이렇게 애처로울수가..
나에게도 딸아이와 같은 시절이 있었건만
그때 그 소년들은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도 아마 나처럼 아들딸들의
쵸코렛과 사탕들을 몰래 먹으며
색바랜 지난 추억 더듬고 있을까..
아마 우리에게도 이런날이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솔직한 사랑을 나누었을거라
생각해보며 입가엔 왠지 이유모를 씁쓸한 미소가...
그래도 너무 달콤해서
그 달콤함이 눈에 보이는 사탕보다
보일듯 말듯한 달콤함이 더 그리워지는건
내가 아줌마이기에 그런 것일까..
오히려
남몰래 감춰둔 사랑들이
미련함으로 기억되지 않는건 왜그런건지..
그것또한 내가 아줌마이기에 그런것일까..
딸의 남자 친구가 건네준 사탕으로
난 오늘 터프한 딸아이 품에 안겨..
딸보다 더한 설레임을 즐기고 있음을..
그것 또한 내가 아줌마이기에 그런것일까.
아줌마의 설레임은.. 부담이 없기에..
그 아무도.. 눈치를 못채기에..
그 아무도..눈여겨 보지 않기에..
그래서 난 오늘도
딸의 사탕을 몰래 훔쳐먹고 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