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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진 꽃가지가 애처로워....


BY yuyi65 2002-03-16

아파트단지에 배달을 다니는 나의 눈은 요즈음
황홀하기 그지 없다.
매서운 한겨울의 눈바람과 추위를 잘 견디어낸 나뭇가지에
이젠 제법 잎을 틔울듯 물이 오르고 산수유나무는
어느새 노오랗게 꽃잎을 피우고 있다.

매화가지에도 어느새 연분홍 꽃들이 몇송이씩 꽃망울을
터트리고 뾰족이 연두색 새순을 틔우는 나뭇가지들이 마냥 아름답다

어김없이 시간이라는 수레는 다시금
죽은듯 메말라 있던 대지에 숨을 불어넣고 있는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나 속이 상하다.
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이 들쭉날쭉 뻗은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다.
그분들은 잘 다듬어진 나무가
보기에도 좋고 필요없는 가지를 쳐내어 나머지 가지들이 더
탐스렇고 예쁜 꽃을 피우도록 하는거라지만
잔디밭에 잘리워져 나딩굴고 있는 가지들을 보니
너무나 애처롭고 안쓰럽다.
그 나뭇가지엔 이제 막 피어난 여린꽃잎과 혹은 이제 막
터질듯 봉긋이 솟아오른 꽃망울들이
아직 채 피우지 못하고 져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를 아파하듯 아련히 떨고 있다.

가지치기를 할려면 좀더 일찍 물이 오르기 전에 하든지 아님 꽃이 지고 난후에 하지..
그런쪽에 문외한이어서 그 시기를 잘 몰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뭏튼 가지를 자르는 아저씨들의 손놀림이 마냥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 원망속엔 어쩜 그들의 처지가 우리 인간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에 대한 아픔과 안타까움이 함께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무가 모진 겨울의 추위와 비바람을 견디고 꽃을 피우듯
우리의 삶에서도 어렵고 힘든고비를 잘 견디어 온이가
이제 막 여유를 느끼며 인생을 즐겨도 될 싯점에서
갑작스런 사고나 병마로 생을 달리하듯...

또는 이제 막 새싹을 틔우듯이 인생이 시작되는 단계의
꾸밈없고 순수한 영혼들이 원인모를 이유로 고통을
겪는걸 보면 차마 꽃피우지 못하고 잘리워지는 나무가지와
그리 처지가 다를까 싶어 서러움이 밀려온다.

내가 너무 감상에 치우친걸까..

자연의 순리는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것 같다.
동물의 왕국에서 동료의 희생으로 배가 부른 사자를
옆에두고서 여유를 느끼는 누의 무리나
차마 피우지 못하고 잘리워진 나무가지의 희생을 바탕으로
탐스럽게 피어나는 꽃송이나
경쟁자의 패배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우리들의 인생이나 무에 그리 다를게 있나 싶다.

아마도 오전에 내린 촉촉한 봄비가 나의 무딘 감성을
후두둑 건드리고 갔나보다..
아직도 잔디밭에 뒹굴던 잘린 나뭇가지의 남겨진 꽃잎의
흔들림이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