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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엄마는 과일장사 아줌마.


BY 들꽃편지 2002-03-15

우린 엄마는 과일장사 아줌마.

과일을 팔아 삼남매를 키우셨던 엄마.
좋은 과일만 골라 자식에게 먹였던 엄마.
힘드셔도 힘들어 하시지 않고 새벽 거친 바람에 몰래 우시던 엄마.
철부지 아이들을 보듬고 지금까지 혼자사신 엄마.

지나고 나니 추억속의 한 페이지로 남았지만
그 시절엔 고단한 삶을 원망하며 사셨을 우리 엄마...

어떤 사람도 엄마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못했다.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과일을 반질반질 닦아 수북히 쌓아 놓고선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끌어 들였다.
학교가 끝난뒤 엄마에게 가면
제일 좋은 과일을 먹으라고 골라 주셨지만
그것 조차 달갑지 않았던 철없던 나이.

내 나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서야
엄마의 심정을 헤어리게 되었으니...

엄마는 가끔씩 새벽에 일어나서는 기도를 하시다 우셨다.
그러면 나도 같이 슬퍼져 숨죽여 울었었는데...
엄만 아침이면 다시 후둑후둑 털고 일어나셔서
과일 장사할 때 두르던 앞치마를 걸치고 따슨밥을 차려 주셨다.

엄마가 힘들어 할 때 나도 힘들었다.
그래도 엄만 내색하지 않으셔서 나도 힘들다고 표시를 내지 못했다.
사춘기가 뭔지 혼자 치뤄냈고
고민이 있어도 혼자 끙끙거리다 지우곤 했었다.

가난이 지겨웠고
가난이 무서웠다.
겪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모른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듯이...
가난은 징그럽게 질기고 끝도 나지 않은 싸움이였다

내가 가진 고민이 제일 클거라 단정짓지만
그래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다는 걸 보아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가난 보다 힘든 건.
아버지가 안 계신거고
아버지가 안 계신 것 보다 힘든 건.
어머니가 안 계신거다.
그리고...
더 힘든 건 부모님이 다 안계신거다.
난 어머니가 살아계시니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인가...

사랑이 나를 속이고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이 무거운 때.
엄마의 삶과 나의 삶을 견주어 보았다.
그래도 내겐 남아 있는 것이 많?逵?추수릴 것이 한웅큼씩 되었다.
그러면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 냄비에 밥을 얹어 놓고
하늘이 넓다란 창밖을 보았다.
살아서 숨쉬고 있는 꽃들을 보았다.

나도 지금 이 순간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속의 또 한 페이지로 남겠지.

지금 총천연색인 일들이 한 순간에 찍힌 흑백사진처럼 흐미해지겠지.
지금은 질기고 긴 일들이 오래 달리기처럼 끝이 보이겠지.

그리곤 잊혀지겠지.
고단하고 슬프고 망막했던 일들은 잊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