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땅에 여유롭게 발달된 L.A.의 큰 단점은 불편한 대중교통이었다.
자기 차를 몰고 가면 20 -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
버스를 타면 2 - 3 번 갈아타고, 기다리고, 또 내려서 걸어가다보면
2 시간 이상 걸리는 때가 종종 있었다.
너무 퍼져 있다보니 경제성이 없어서, 개인기업들은 엄두를 못내고,
시 정부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버스를 굴리고 있는 듯 했다.
운전면허가 제일 시급했다.
별로 어렵지 않은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니,
(시험 보는데 20분 가량, 채점하여 결과를 아는데 15분,
그리고 사이사이 기다리는 시간 약 30분)
즉시로 '운전연습 허가증' (Driving Permit)이 나왔다.
언제 어디서나 차를 몰 수 있다고 했다.
운전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고속도로에서 마저
운전연습을 해도 된다는 이해하기 힘든 법이었으나,
모두들 무리하지 않고 자기 능력껏 연습을 한다고 했다.
운전학교 선생님에게 한시간 실습을 받고,
그 후론 아버지와 몇번 도로상에서 연습을 하고 면허를 땄다.
(사소한 실수로 실기시험을 두번이나 떨어진 후에)
면허를 따고나니 아버지가 그 날로 Adult School에 등록신청을 하라 하셨다.
온 지 이틀 만에 중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동생들과 달리,
대학의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 까지 몇달 비는 시간에
영어공부나 좀 하라는 말씀이셨다.
오후 3시경이면 학생들이 모두 돌아가 비게되는 동네 고등학교 교실을
빌려, 주로 저녁시간에 운영되는 Adult School은 주민들에게
여러가지 배움의 기회를 준다.
은퇴하여 시간이 많이 남는 사람들은 사교춤, 스포츠, 수공예등의
새로운 취미를 즐길 수 있고,
사정상 대학을 못 간 사람들은 자동차 정비나 사무실 기술등을 배워
더 나은 직장을 찾을 수 있고,
나 같은 이민자는 미국생활에 빨리 적응할수 있게끔
영어공부를 할 수도 있다.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대부분 자원봉사를 하는 강사진 덕택에,
최소한의 자료비를 빼면 거의 공짜이다.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class에 등록을 하고
정해진 교실로 가니, 70 가까이 된 인자하게 생기신 할머니 선생님이
반가이 맞아 주셨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하시다가 은퇴하신 분이었다.
교실엔 30명 가량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일본 유학생 하나 외에는 모두 남미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었다.
영어회화 보다는 영문법을 중시하는 class 여서,
새롭게 배우는 것은 별로 없었으나,
나름대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모자라는 회화 솜씨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찾아보면" 얼마든지 쉽게 배움의 기회가 있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무척 친절한 정서 덕분에
미국을 '기회의 나라'라고 부르는 게 이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