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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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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BY 분홍강 2002-03-13

엄마~!
누구나 엄마를 생각하면 애틋하고 아련함과 동시에
눈시울이 촉촉해 지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마음이 우선 들지만
나만이 느끼는 또 다른 면을 지니신 분이죠.

나의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귀여운(?) 구석이 요모조모 많은 분입니다.

나이 들면 눈물도 마른다고 한다는데
울 엄마 환갑도 훨씬 지난 연세에
십대 사춘기 소녀처럼 감성이 풍부하셔서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답니다.

결혼해서 계속 친정 옆에서 살아왔고
얼마전까진 친정식구들과 함께 살아 왔는데
이번에 우리 가족이 분가를 하게 되고
친정 부모님 또한 먼곳으로 이사를 하시는 바람에
그동안 온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온
울딸을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전화선으로라도 손녀딸 목소리를 들으시려
자주 전화를 주십니다.
제가 전화를 받으면 나하고는 얘기도 않으시고
울딸만 찾으시죠.

심지어 목매인 목소리엔 눈물이 잔뜩 묻어 있어
무슨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것 같답니다.

어려서부터 친정 엄마 손에 키워져서 그런지
날마다 눈에 아른거려 눈물만 난다고
한숨 섞인 말만 하신답니다.

그리고 한두가지 엄마에 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답니다.

몇년전 그 때는 울 식구들이 아파트에 살 땐데
엄마가 저의 집에 다니러 오셨었죠.

엄마는 계속 주택에서만 사셔서 아파트를
혼자서 오신 건 첨이었는데
돌아 가실 때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현관 까지만 배웅을 했었죠.

한참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리더라구요.
누군가 나가 보니 집에 가신 줄 알았던
엄마가 문 앞에 서 계시지 않겠어요.

나가신지 한참이 지났는데 엄마가 다시 오시니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고 있으려니
엄마 대뜸 하신다는 말이
엘리베이터가 안 온다구 ....
고장난거 아니냐구 하시데요.

함께 엘리베이터에 가 보니
세상에나 저는 한참을 배꼽을 잡고 웃었답니다.
무슨 연고 인가 하면
그 때 우리집이 8층에 살았었는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내려가는 버튼을 누른게 아니고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신거예요.

1층으로 내려가야 하려면 내려가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을
글쎄 당신은 내려 갈려면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하곤
당연히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셨다는데...

그 엘리베이터가 올라 옵니까?

귀여운 엄마죠?

또 한가지
엉뚱한 사건 하나~

친정에서 함께 살 때 일인데
제가 외출하고 돌아 오니 부모님은
이른 저녁식사를 막 마치고 계시더군요.

입맛이 없다며 떡국을 끓여 드셨다는데
주방 싱크대 위에 떡국 봉지와
방습제 봉지가 찢어져 있더라구요.

김이나 여러가지 식품에 보면 하나씩 들어 있는
방습제 아시죠?
놀란 마음에 엄마에게 물었죠.
왜 방습제가 찢어져 있냐 했더니
그게 양념 스픈지 알고 떡국 끓일 때 넣어서
먹었다나요...

@@

얼마나 놀랬는지 엄마에게 봉투에 쓰여 있는
먹지 말라는 경고의 글을 보여주니
친정 아버지는 놀라서 기함을 하시는데
엄마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태연하더군요.
그깟게 뭐 대수냐는 듯이 말입니다.

울 엄마가 꼼꼼한거 같으면서도
가끔씩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시는 통에
제가 당황 할 때가 많답니다.

이제 환갑도 지나고 칠순을 바라보는 연세의 엄마~
요즘은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저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합니다.

항상 젊은 모습일 것만 같던 엄마도
이제 자꾸만 기운 없는 할머니가 되는 것 같아
서글프네요.

엄마~
오래 오래 우리 곁에 계서서
계속 귀엽고 순수한 모습....
많이 보여 주세요...
그렇게 사랑하는 손녀딸 결혼해서
자식 볼 때까지....
아프지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