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이때쯤이면 한해 농사준비로 한참 바쁘다.
주말이면 우리는 부모님을 도와드리기위해 항상 시골로 갔었다.
나는 도시에서 자라서 그런지 시골의 흙냄새와 풀꽃들이 참 좋았다.
이름모르는 들꽃이지만 논두렁에 핀 예쁜 꽃들을 볼때마다 자연에 대
한 감탄사가 절로 나오곤 했다.
벼농사를 준비하기위해 논을 갈아 엎는 것을 논을 썬다라고 하셨다.
그날도 우리 신랑과 서방님 그리고 아버님께서는 논에서 논을 썰고 계
셨다. 어머님과 동서와 나는 새참을 준비해서 논으로 갔다.
아이들은 물이 없는 논을 뛰어다니며 놀기에 여념이 없고....,
어머님께서는 논두렁에 돌미나리가 있다며 캐야겠다고 하셨다.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제법 많았다.
허리 아프시니까 그만 하시라고 하여도 자식 입에 들어 가는데 이게
무슨 일이라며 자꾸 하신다.
도시에서는 사먹으려면 다 돈이고 또 사먹는 것은 약도 많이 하고 안
좋은 것이지만 이건 자연산이니 안심하고 먹을 수도 있다며.....,
우린 또 미나리를 다듬으며 이런 저런 어머니 옛날 얘기도 듣고....ㅡ
그렇게 또 하루 해가 빨리도 가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서울로 이사를 와서 명절이나 어른생신 제사때만 가니
몇번 가지를 못한다.
항상 이맘때면 그때 일이 떠오른다. 어머님의 따뜻한 마음....,
아버님은 들꽃을 좋아한다며
"젊은이! 그꽃 캐주까? 집에 가서 화분에 심고 키울래?"
하시던 두분의 정이 그리워진다.
경북에서는 며느리를 젊은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젊은이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오해도 받곤 했다.
어른이 불러도 대답도 안하다고...,
요즘 우리신랑 날 보고 많이 놀린다.
"진성 엄마! 참 좋겠다.
나이 먹어도 젊은이라 부르지. 친정가면 처수씨가 아가씨라고 하지
야 아줌만데 젊고 아가씨라 카니 니 한턱내라.
다 내한테 시집 잘와서 그런 소리 안듣나?"
정말 우리 신랑한테 한턱내야 할까요?
어머님 아버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