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조금은 멋스런 모습으로 출근을 할까하고 옷장을 기웃거리지만 그옷이 그옷 깍쟁이인 나는 한벌 쫙 뺀 옷은 없고 청바지에 자켓 걸치고 출근길에 오른다. 나이도 있고 하니 좀 점잖은 정장을 입었으면 하지만 케쥬얼 풍이 몸에 편해서 맨날 그차림이다.
음식만들기 싫다는 핑게로 나는 식구들 밥상이 찌개면 찌개냄비 그대로 아뭏든 냄비나 큰 통이 식탁에 올라오기 일쑤인데 이봄에 큰 결심을했다.
작은 아이가 고1에 들어가면서 엄마 나 이제 아침 밥도 먹고 다닐거야 하길래 맨날 빵과 우유한잔을 대령하던 걸 고치고 그릇도 얌전하게 모셔둔 예쁜 모양의 접시와 밥그릇을 꺼내서 우아한 식탁을 만드니 큰 아들놈도 밥 한그릇 뚝딱 딸래미도 한 그릇.
나의 조그만 노력에 우리 가족들의 반응이 좋으니 정말 기쁘다.
엄마는 맛있는 반찬도 못만드는 사이비 엄마라며 뭐 먹고 싶다고 하면 사서 먹이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냥 대강 때우는 식으로 산 세월이 많음에도 무럭 무럭 잘 커준 아들이 고맙고 앞으로는 좀더 정성을 기울이는 식단짜기에 노력을 기우려 보려한다.